한국정치는 요즘 흑백 논리의 쟁투 소리만 난다. ‘제로섬 게임’ 같은 정치 현실이다. 내년 3월 20대 대선을 앞두고 보수와 진보 간 극단적 주장으로 죽기 아니면 살기식이다. ‘공동체 상생’을 위한 중도·중용은 설 땅이 좁다. 하긴 우리 역사에서 중도·중용은 즐거운 추억이 많지 않다. 특정인의 주장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중도·중용의 길은 진지하게 모색돼야 하는 것이다. 중용이란 무엇인가. 동서양과 고금을 뛰어넘어 지도자가 갖춰야 할 제1덕목이다.
공자는 군자가 지녀야 할 참된 용기에 대해 네 가지를 꼽았다. 먼저 화이불류(和而不流)다. 세상 사람들과 융화돼 살면서도 세속 탁류(濁流)에 휩쓸려 악에 물들지 말라는 당부다. 둘째, 중립이불의(中立而不倚)다. 중도에 서서 조금도 한쪽으로 기울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셋째 국유도 불변새언(國有道 不變塞焉)이다. 나라에 바른 도가 행해져 입신출세할지라도 결코 가난하고 천하던 시절의 절약하고 겸손했던 마음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다. 사람은 흔히 부귀해지면 가난하고 천하게 살았던 때를 까맣게 잊고 거만과 사치에 빠지기 일쑤인 점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넷째, 국무도 지사불변(國無道 至死不變)이다. 나라가 어지러워 바른 도가 행해지지 않을 때는 굳게 들어앉아 죽음에 이르더라도 군자로서 절개를 지켜야 한다. 사회가 어지러우면 중국 후한 말 십상시(十常侍) 같은 간사한 무리가 날뛰어 도를 지키기 어려운 법이다. 그러기에 옛 군자들은 나라가 태평하면 세상에 나아가 도를 펴고 어지러우면 들어앉아 도를 지켰다.
영국의 세계적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현 세기를 ‘극단의 시대’(ages of extremes)라고 불렀다. 합리적인 기준을 세워, 흑백논리만이 존재감이 있어 보인다고 여겨지는 시대다. 안 된다. 20대 대통령을 바라는 후보들은 서로 헐뜯지만 말고 정책과 도덕성, 성실함으로 미래비전을 제시하길 바란다. ‘색깔론’ 같은 편벽된 이데올로기 공세나 ‘문자폭탄’ 같은 부도덕한 정치공세는 자제하고!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