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차원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대응책이 촘촘히 마련돼야겠다. 전북 군산의 한 종계 농장에서 시작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AI 의심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종식되는가 싶던 AI 사태가 두 달 만에 재확산 기로에 선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7일 현재 AI 양성 판정을 받은 농장은 ‘발원지’로 추정되는 전북 군산 농장 1곳을 비롯해 제주 6곳, 경기 파주 1곳, 경남 양산 1곳, 부산 기장군 1곳, 전북 익산 1곳 등 11곳이다. 이 가운데 최초 의심 신고 지역인 제주 농장 2곳은 고병원성 H5N8형으로 확진됐다. 간이키트 검사에서 AI 양성 반응이 나온 울산 1곳까지 포함하면 발생지는 7개 시·군, 12개 농장으로 늘어났다. AI 확진 여부에 상관없이 역학관계가 확인돼 살처분 조치된 가금류는 21개 농장에서 모두 4만여 마리에 이른다.
이번 감염은 전북 군산의 종계 농장에서 유통한 오골계를 분양받은 후 발생한 데다 이미 경기도와 부산 등 전국의 6개 지역으로 확산된 것으로 밝혀져 전국적인 대규모 피해가 우려된다. 종계 농장은 감염 사실을 방역 당국에 제때 알리지도 않아 문제를 키웠다.
특히 이번 AI는 상시화 가능성을 보여 준 한편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 우려도 있어 방역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AI는 대부분 겨울철에 발생했으나 여름철에 접어든 6월에 발생했다는 점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처럼 상시 감염국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바이러스 유형이 그동안 알려진 H5N8형이 아닌 변종이 나타날 경우 인체 감염 등에 대비한 추가적인 방역 대책이 불가피하다.
AI는 초동 단계에서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AI는 정부가 초동 대응에 실패하는 바람에 올 봄까지 3800만 마리 살처분과 1조원의 재산피해를 불렀다. 이번에도 농가의 발생 신고에만 의존하는 소극적 방역체계가 화를 불렀다. 제주 토종닭 농가는 지난달 27일부터 오골계가 잇따라 폐사했는데도 2일에야 당국에 신고했다. 전국에 AI 감염 닭을 판매해 온 군산 농장도 지난달 17일부터 폐사가 발생했지만, 문제가 불거질 때까지 신고하지 않았다. AI 바이러스가 보름가량 무방비로 확산된 것이다.
현장에서는 이번 AI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정부의 대응 실패를 꼽는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초동 대응이 늦어지면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거점소독소가 형식적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왔고, 심지어 소독약의 효력에 대한 의문도 강하다.
AI 방역에서 국가의 책임은 무겁다. AI가 국내에 발생한 지 15년이 넘었는데도, 매번 철새가 원인이고, 책임은 농가에게 있다는 식의 대응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농가는 AI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다. 철새가 원인이라면 왜 농가가 불이익을 당해야 하는가. 정부의 대책은 전면 수정돼야 한다. 살처분 보상금과 매몰비용은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농가에 대한 피해보상도 현실화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아무리 방역체계를 잘 구축해도 농장주가 협조하지 않으면 AI를 막기 어렵다. 미신고 농장주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소규모 농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방역은 정부, 지자체, 농가의 유기적 협력이 중요하다. 정부는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서라도 농가와 지자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방역대책을 새로 짜야 한다.
아울러 국제 공제에도 힘써야 한다. 중국 등지를 경유하는 철새는 정보가 부족해 대응에 어려움을 겪어온 때문이다. 한·중·일 정보 공유가 이뤄지면, 발병 예상지에 대한 사전방역 등이 가능해질 수 있다. 그간 한·중·일은 AI나 구제역 전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축산 관계자의 입·출국 정보를 공유키로 했지만 ‘밀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중, 한·미를 비롯한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우리 농촌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축산농 등 민·관은 AI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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