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일대일로 포럼’이 열린다고 해서 처음엔 각국 대표들이 모여 1대1로 맞장토론을 벌이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중국이 주최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 One belt, One road) 정상포럼’ 즉 29개국 정상들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14일 오전 베이징에서 개막한 국제포럼이었다.
이틀간 일정으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130개국 각종기구의 대표 등 1500여명이 참석했다.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육로와 해로를 연결해 경제권을 형성하자는 중국의 전략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카자흐스탄 방문 때 처음 주창했던 것. 2016년 중국주도로 출범한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은 사실상 ‘일대일로’ 구상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한 것이다.
중국 명나라 시절 해외 교역로였던 실크로드에 착안해 ‘육상·해상 실크로드’라고도 불린다. 중국 중서부와 중앙아시아, 유럽을 경제권역으로 하는 것이 육상실크로드 경제벨트(Silk Road Economic Belt)이고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의 바닷길을 연결하는 것이 해상실크로드( Maritime Silk Road)인 셈이다.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일대)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일로)가 구축되면 중국을 중심으로 육·해상 실크로드 주변의 60여 개국을 포함한 거대 경제권이 구성된다. 유라시아 대륙에서부터 아프리카 해양에 이르기까지 60여 개의 국가와 국제기구가 참가해 고속철도망을 통해 대규모 물류 허브가 가능하다. 동시에 에너지 기반시설 연결하여 참여국 간의 투자 보증 및 통화스와프 확대하는 등 금융 일체화를 목표로 하는 네트워크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2049년 완성을 목표로 인프라 건설 규모는 우리 돈 약 185조 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위해 중국은 400억 달러에 달하는 신(新) 실크로드 펀드를 마련하고 AIIB를 통해 인프라 구축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일대일로’ 구축으로 중국은 안정적 자원 운송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경제 성장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과잉 생산을 해소하는 방안이 되고 건설 수요 급증으로 지역 간 균형적 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이 중심이 되고 주변국으로 뻗어나가는 형태의 일대일로 전략이 중화주의(中華主義) 즉 중국의 문화 우월주의의 부활이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5년 의회에 제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인 아시아 균형정책은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군사적 · 경제적으로 묶는 전략을 주도한다는 것과 대립되면서 아시아 지역에 대한 두 국가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포럼은 개막식에 이어 정책 소통 등 6개 주제 회의가 열리고 저녁에는 시 주석이 주관하는 환영 만찬이 열린다. 이틀째인 15일에는 두 차례 걸쳐 시 주석이 주도하는 정상 원탁회의가 열리고 오후에 폐막 기자회견과 함께 마무리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북한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상포럼 개막식을 불과 네 시간 정도 앞두고 미사일을 발사해 충격을 줬다.
북한이 중국의 일대일로 잔칫날에 미사일로 찬물을 끼얹자 중국은 불쾌하고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정상들이 베이징에 속속 도착하고 드디어 개막을 몇 시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소식이 날아든 것이다. 북한이 국내용으로 힘을 과시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중국의 영향권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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