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을 향한 주요 정당의 대진표가 짜여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5명이 소속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것이다.
경선 과정에서 논란이 없진 않았지만 당내 민주주의 실천 측면에서 성과가 작지 않다. 5년 전과 달리 몇몇 당이 경선 참여폭을 대거 확대해 선거열기를 높인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일부 정당에서 TV토론의 근본적 변화를 시도한 것도 눈길을 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문을 활짝 열어 당원과 대의원 일색의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났다.
민주당은 5년 전의 두 배인 214만명의 선거인단을 모았다. 과거에는 선거인단의 허수가 많아 투표율이 50%대에 그쳤지만 이번엔 70%를 넘었다. 국민의당은 누구나 현장투표를 할 수 있도록 완전국민경선제로 문호를 개방해 흥행을 일궈냈다. 진전은 있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선거관리의 실책과 조직동원의 잡음이 잇따랐다. 알맹이 없는 TV토론과 흠집 내기를 위한 네거티브 전술이 난무한 것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은 먹고사는 문제와 튼튼한 안보, 교육을 비롯한 삶의 질 향상 등에 맞춰지고 있다. 그럼에도 5명의 후보들은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만들고 일자리를 만드는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너나없이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외치면서 기껏해야 세금을 헐어 기본소득으로 나눠주고 공무원과 공기업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정치권은 국민 피부에 닿는 실질적인 정책 입안에 힘써야 한다. 한국경제의 오랜 불황으로 국민 일반, 특히 소상공인과 서민은 최악의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한국 외교도 시험대에 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일본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이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갈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한반도가 그야말로 격동의 정세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리더십과 전략을 상실한 채 표류하는 가운데 주변 강대국들이 한국을 빼고 한반도 상황을 논의하는 '코리아 패싱' 현상마저 심화되고 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한국은 외교 리더십의 실종으로 이에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코리아 패싱을 막을 수 있는 외교 전략조차 보이지 않는다. 사드 배치, 대북 제재,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 등 주요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서 정치권이 서로 상충되는 견해를 쏟아내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안보 문제를 둘러싼 심각한 '적전 분열' 행태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미래의 주역인 청년세대들은 또 어떠한가. 오랜 경제난으로 취업·연애·출산을 포기했다는 ‘삼포(三抛)세대’라는 가슴 아픈 말이 상징하듯 출구 없는 사회에서 실의에 젖는 젊은이가 날로 늘고 있는 현실이다. 국가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치권이 직시하길 바란다.
지도자는 무릇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지도자라면 마땅히 나라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정말로 이 나라의 미래에 대한 대안이 있어서 권력을 얻고자 하는가, 선명한 계획이 있는가, 이런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 민족의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고 민족적 과제에 대한 절절한 고민도 없이 권력을 잡으려는 것은 범죄나 다름없다. 대통령이 정한 훌륭한 비전은 우리 국민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우리가 가진 에너지를 최대로 쏟아 부을 수 있도록 자극한다. 비전은 어느 날 갑자기 영감처럼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선택에 의해서 새롭게 창조되는 것이다.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대통령이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요청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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