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이 시급하다. 공기업 부채 상황을 둘러보면 확연하게 나타난다.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국가채무는 무려 645조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 40%를 넘기게 됐다. 고령인구 증가 등으로 본격적인 복지지출 확대가 이제 시작 단계인 시점에 벌써 이런 수준이 된 것은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한 일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 개혁이 핵심 정책 화두로 등장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런데도 공기업의 경영구조 개혁은 용두사미로 그치기 일쑤다. 이런 실정임에도 국회예산정책처 ‘공공기관 임금정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119개 공기업·준정부기관 정규직 1인당 평균 연봉은 7000만4000원에 이르고 있다. 전년 평균(6672만2000원)보다 4.9% 오른 것으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 임금 인상률을 3년 만에 최고수준(3.8%)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방만운영 해소 방안과는 상반되는 정책으로 효과를 스스로 상쇄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2013년 교육비·의료비·경조금 등 과다한 복리후생 수준을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에 따른 문제로 규정하고 개선 조치를 시행한 바와 어긋나는 결과다. 전체 공공기관 복리후생비 지원 규모는 2013년 9427억원에서 2014년 7479억원으로 20.7% 감소했다. 하지만 1년 뒤 사내근로복지기금 상한선이 상향조정되며, 시장형 공기업의 복리후생비가 전년보다 32.4% 증가한 게 잘 말해주고 있다. 과도한 복리후생제도가 운영되지 않도록 주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금출연으로 사내 복지 혜택을 열어주는 일관성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되면 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공공기관 개혁은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4대 개혁 중의 하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공기업 개혁은 공염불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 차원의 공기업 개혁에 매진해야겠다. ‘과도 연봉’부터 줄여야 한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심각하다. 개발사업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가 최근 또다시 발생한 게 잘 보여주고 있다. 수도권 첫 경전철인 의정부경전철이 개통 4년여 만에 결국 파산을 맞게 된 것이다. 경전철 시행사인 의정부경전철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파산 신청을 의결하고 서울중앙지법에 파산을 신청했다. 법원이 심리를 거쳐 파산을 선고하게 되면 관재인 선임을 통해 채권 정리 절차를 밟게 된다. 2012년 7월 개통된 의정부경전철은 누적 적자가 2400억원에 달한다. 직접적 계기는 2012년 7월 개통 이후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획수립 당시 연구기관의 뻥튀기 수요 예측과 자치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의 과욕, 지역 이기주의 등이 어우러진 무리수가 보다 근본적 원인이었다. 결국 세금만 낭비한 꼴이 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천문학적 적자의 주범은 엉터리 승객 수 추정이다. 당초 한국교통연구원이 추정한 경전철 하루 이용객 수는 7만9000여명이었으나 실제로는 1만명에 불과했다.
공사비와 운영 적자의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과거 잘못된 사례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각 지자체의 경전철 사업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지 오래다. 용인 경전철도 이용객이 적어 연간 200억원 이상을 용인시가 부담해야 한다. 800억원 이상 투입된 인천 월미은하레일은 아예 써보지도 못한 채 고철로 전락했다. 김해 경전철도 수요 예측이 잘못돼 매년 400억원의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서울시도 경전철 10개 노선을 추진 중이지만 7월 개통될 우이-신설 노선의 이용객 수부터 예측에 크게 미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 재정의 열악성을 심화시키는 지자체의 사업을 타당성 있는 아이템에만 시행토록 규제해야 한다. 누구보다 단체장이 임기 안에 뭔가를 이뤄야겠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사업 추진을 하는 것을 자제해야겠다. 예컨대 지방공기업 설립 단계에서부터 운영평가, 퇴출까지 중앙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시스템을 현실성 있게 강화해야 할 것이다. 중앙 및 지자제는 국민 혈세의 귀한 가치를 재인식, 공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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