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빨라도 3월 둘째 주 이후에나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헌재가 대통령 측이 추가로 신청한 증인 17명 가운데 8명을 7일 추가로 채택하고, 현재까지 잡혀 있는 기일 외 3일의 추가 변론기일을 잡아놓은 상태인데, 박 대통령 측은 또다시 증인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재판 지연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사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헌재심판 초기부터 무더기 사실조회와 증인신청으로 지연작전을 펼쳐왔기에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문제는 헌재가 이정미 재판관 퇴임 시점인 3월 13일 이전에 종국결정이 선고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국정공백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리인단 측은 탄핵심판 당사자인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 카드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재판에 나오면 수많은 증인들의 증언을 모두 뒤집어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그래도 변론 종결을 늦추는데 가장 효과적인 카드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이기에 헌재의 증인채택 등 소송 진행 상황을 두고 공정성에 치우쳐 대통령 측 지연전략에 말려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추가된 증인들 가운데에는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이미 증인신문이 끝난 인사들이 다시 포함됐다. 한 번쯤 증언을 들어보는 게 탄핵심판 심리에 의미 있는 증인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신문을 끝낸 증인들까지 다시 신문을 하면서 대통령 측의 시간끌기에 발맞출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제기되는 배경이다. 헌재의 증인채택과 기일 연장을 본 국민들은 국정공백에 따른 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에 헌재에 큰 실망감을 안고 지켜보고 있음을 재판관들은 직시해야 한다. 물론 이정미 헌재소장권한대행이 종전 박한철 재판소장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며 재판부를 아우르고 가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정미 재판관이 선임재판관으로 권한대행을 맡고 있지만 기수가 가장 낮고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재판부를 끌고 나가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현실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재판관들은 역사적 책무를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정미 재판관은 조속한 국정 안정 필요성 등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 중요한 책임이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 져 있다는 시대적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물론 박 대통령의 자기반성이 요청된다. 박 대통령은 '자기방어와 변명하는 시간'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바꿔 국정 혼란을 야기했고, 여러 증거와 증언들로써 대부분 혐의들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는 데 대해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게 온당한 자세일 것이다. 진실은 드러나게 돼 있다. 단적으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은 "저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고 말했지만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이 구속기소 되면서 특검 수사는 박 대통령을 향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 정지 상태에서 청와대 관저에 칩거 중이다. 지난 2012년 12월19일 밤 당선이 확정된 직후 "국민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는 첫 각오를 밝혔던 장소인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연 1000여만명의 국민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아직 안 났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 통감과 국민들께 사죄 말씀을 먼저 하는 것이 맞다. 국민 뜻에 거스르지 말고 역사에 맞서지 말기를 바란다. 박 대통령이든 헌재든 역사 앞에 겸허한 자세를 지니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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