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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전공의의 무기한 파업이 현실화한 가운데, 현장 의료진 부족으로 결국 국민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사진=뉴시스)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일선 병원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의 무기한 파업이 결국 오늘부터 시작됐다.
최근 일주일 새 국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무려 1,500명 넘게 쏟아진 가운데 이번 파업이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한 이기적 집단행동이라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 병원 현장 혼란 가중…“국민 불편 최소화해야”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정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 정책에 반발한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가 이날 오전 7시를 기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이날 인턴‧레지던트 4년차를 시작으로, 22일 레지던트 3년차, 오는 23일엔 레지던트 1~2년차가 업무에서 손을 뗀다. 이 같은 전공의 단체행동은 앞선 7일 집단휴진과 14일 대한의사협회(의협)의 1차 전국의사총파업 참여에 이은 세 번째다.
지난 두 차례 파업과 달리 이번에는 응급실‧중환자실 등에서 일하는 필수인력까지 무기한 파업에 동참한다. 특히 응급의학과는 연차와 무관하게 이날부터 전원 업무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단 파업에 들어가면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일터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게 대전협 입장으로, 복귀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사실상 무기한 파업을 선언한 셈이다.
이른바 ‘인턴‧레지던트’로 불리는 전공의 업무는 다양하다. 수술‧마취 대부분을 보조하는 한편, 환자 입원부터 각종 검사나 상태 체크도 이들이 담당한다. 특히 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신촌세브란스·서울성모 등 전국 ‘빅5’ 대형병원 내 전공의는 전체 인력의 1/3에 달한다.
결국 이들의 집단휴진으로 ‘빅5’ 등 일선 병원에서는 이미 수술‧외래 등 진료일정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료계에선 지난 두 번의 전공의 파업과 이번은 양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선 두 차례 집단휴진의 경우 일일 파업으로, 당일 선배 의료진이 투입되는 등 큰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무기한 파업인 데다 최근 폭증세의 코로나 확진이 당분간 지속될 경우 가뜩이나 부족한 의료진에 사상 초유의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공의 외에 개원의 중심의 의협도 오는 26~28일 2차 총파업을 강행할 방침이다. 사흘 간의 집단휴진에도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무기한 파업으로 변경하겠다고도 했다.
게다가 이른바 ‘펠로’로 불리는 전임의 파업도 오는 24일로 가시화된 상태다. 이는 사실상 의료계 전체가 집단휴진에 들어가는 것으로, 의료 현장 대혼란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동안 정부와 의협‧대전협 등 일부 의료계 간 마찰은 평행선을 달려왔다. 지난 19일 양자 간 간담회에서도 이견차만 확인한 채 별 소득없이 마무리되기도 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정책의 핵심인 의대 정원 증원 등에 반대하는 의료계 목소리가 코로나19 상황에도 되레 높아지면서 의협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선 현재 정부의 표리부동식 입장에 배신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정부가 코로나 극복에 헌신한 의료진을 앞에선 치켜올리면서 뒤에서는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한방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등 4대악 정책을 불통‧일방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관적으로 정책 추진과 국민안전의 문제는 전혀 별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의료계 파업에는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전공의 집단휴진에 따라 여러 가지 염려되는 바가 있다”며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 담당하고 있는 중증 환자들에 대한 치료 공백, 또 응급실 운영 공백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병원들과 논의,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며 “현재 엄중한 상황에서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의를 이어갈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선 지난 13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당시 의협의 1차 총파업을 두고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의료계 집단휴진은 결국 국민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4일 1차 의협 총파업 당시에도 전국 의원 3곳 중 1곳이 문을 닫으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들의 큰 불편이 초래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원급 병원 A원장은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국민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한 일체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이런 정부-의료계 충돌은 결코 국민들로부터 공감받지 못할 것 같다. 정부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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