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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수 언론인. |
그리스신화의 주신 제우스가 그의 소생이자 ‘전령의 신(神)’인 헤르메스를 불렀다. “인간들이 너무 고지식하게 살아 재미가 없어 보인다.” 라며 거짓말하는 약을 뿌려주라고 이른다. 헤르메스는 거짓말 약을 사람들에게 뿌리기 시작했다. 세상이 하도 넓어 뿌려도 끝이 없고 힘이 무척 들었다. 그래서 꾀를 부린다. 제우스가 잠든 틈을 타 남은 거짓말 약을 한 곳에 쏟아 부었다. 거기 살던 사람들이 모두 정치인이 됐다는 것이다.
누군가 꾸며낸 이야기겠지만 그럴듯하다. 정치인이 더 많은 거짓말을 한다는 근거는 없다. 사란은 누구나 10분쯤 대화를 나누면 세 번은 거짓말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 장면들을 녹화해 보여주면 “내가 저런 거짓말을 했던가?”하고 놀란다. 그만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거짓말이 입에서 튀어나온다. 실제로 어느 심리학자는 “적당한 거짓말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말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면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매일 거짓말을 하고 사는 셈이다.
그 중에서도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직업군이 있다. 많은 사람들을 대하는 상점의 점원, 정치인, 언론인, 변호사 그리고 세일즈맨 등이다. 이를테면 직업적으로 거짓말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가령 음식점 종업원에게 손님이 “이집 음식 맛있지?”하고 물으면 습관적으로 “네, 맛있습니다.”라고 대답해야한다. 이 정도의 거짓말은 알면서 속아준다. 서로 맘이 편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경우도 그렇다. 정치인이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면 사회 조정기능이나 통합 기능을 제대로 될까싶기도 하다. 때론 유권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진실보다 유권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안다.
2차 대전의 영웅이자 프랑스 대통령을 지낸 드골은 “정치인은 자기가 말하는 것을 스스로도 믿지 않기 때문에 남이 자기 말을 믿으면 놀란다.”고 술회했다. 정치인에게 거짓말은 정치생명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불가결한 요소임을 솔직히 털어놓은 셈이다. 그러나 정치인의 경우, 사소한 거짓말도 그 영향역이나 파장은 엄청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이따금 선정성이 끼어들어 ‘하얀 거짓말(White Lie)’을 서슴지 않는다. 선의의 거짓말이다. 때론 취재원이 거짓말을 하면 언론도 일단 ‘한통속’으로 거짓말쟁이가 된다. 거짓말에도 종류가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선생님이 학생에게, 종교인들이 신도들에게 하는 거짓말. 좋게 말해 교육용 거짓말이다.
남을 즐겁게 해주고 근심 걱정을 덜어주는 착한 거짓말도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암(癌)을 숨겨 주는 거짓말, 간호사가 주사를 놔주면서 아프지 않다고 하는 거짓말이다. 국가 부도위기 때 정부가 “우리 경제는 걱정 없다”며 국민들을 안심시키면 매스컴은 뻔히 알면서 그대로 보도하는 경우다.
반대로 남을 즐겁게 해주되 자신의 이득을 노리는 못된 거짓말도 있다. 윗사람에게 아부하는 거짓말, 장밋빛 공약으로 유권자를 속이는 정치인의 거짓말 등이 이에 속한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는 거짓말은 범죄에 가깝다. 매출액을 줄여 탈세를 하거나 자사제품의 인기도 등 숫자를 조작하여 타사제품을 폄훼하는 거짓말이 그렇다.
세치 혀로 거짓말을 하기는 누워 떡 먹기다. 거짓말이 진짜 무서운 것은 허언증(虛言症)이다. 자기가 거짓말을 해놓고 그것이 진실인 것으로 착각하는 케이스, 중증(重症)이다.
“가장 혐오스런 거짓말은, 가장 진실에 가까운 허언(虛言)이다”. 앙드레 지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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