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질서 파괴… 탈나면 약령시장 신뢰도 추락
야시장 개장·약선요리 음식 특화거리 조성할 것
외국인 노동자·유학생 대상 무료 한방진료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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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택 서울약령시협회장이 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태 기자 |
[세계로컬신문 김정태 기자]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 일대 28만여㎡(8만4000여평)에 자리한 서울약령시장. 지난 2005년 한방산업특구로 지정된 약령시에는 1000여 한의약 관련업소가 밀집돼 국내 약재 시장의 70%를 거래하던 시장이었으나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대형 제약회사들의 지방이전 등의 영향으로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대형빌딩에는 빈 상가가 속출하고 경영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종업원을 줄이고 가족경영을 하는 점포가 늘고 있다.
임기택 제9대 서울약령시협회장을 만나 최근 약령시장의 문제점과 앞으로 시장활성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약령시장에 자리한 일부 노점상 때문에 허가를 받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있는 선량한 업소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 지난 10월 7일 열린 제 22회 서울약령시 한방문화축제에서 보제원 제향의례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약령시협회 제공 |
약령시협회 사무실을 방문해 기자를 만나자마자 임기택 회장이 건넨 하소연이다.
임 회장은 “지방 농가에서 올라온 질 좋은 약재를 2만원에 판매하면 손님이 물건을 사갖고 가다 노점에서 비슷한 약재가 더 저렴한 가격을 보고는 다시 찾아와 반품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가게주인은 임대료도 내고 세금도 내야 돼 1만5000원의 원가에 최소한의 이윤을 보태 판 것인데 출처도 불분명한 노점의 약재 가격만 보고 반품하니 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혹시라도 노점에서 구입한 약재를 먹고 탈이 날 경우 제기동 약령시장에서 산 약재라고 하지 약령시장 노점상에게 구입했다고 하겠냐”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약령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약령시협회는 동대문상인회와 함께 재래시장에 즐비한 노점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인들 서명을 받는 등 공동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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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약령시 문화해설사로 활동 중인 거창식품 정지태 대표가 제22회 한방문화축제때 시민들과 함께 시장 곳곳을 둘러보며 서울약령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약령시협회 제공 |
실제 동대문구가 노점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동시장 입구에 인도 한쪽으로 철재로 만든 ‘거리가게’를 만들어 노점상들에게 입주하게 해 시범운영하고 있으나 ‘거리가게’ 반대편 인도에 다른 노점들이 들어서 인도가 더욱 비좁아 시장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임 회장은 “지난해 제천시 공무원 1000여명이 약령시장을 방문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이 서울 약령시가 너무도 지저분하다고 입을 모았다”며 “노점들은 야간에 물건을 포장으로 덮어 놓고 퇴근하니 도시미관도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약량시의 또다른 문제점은 협소한 도로와 주차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도로를 일방통행로로 지정했으나 얌체주차로 인해 골치를 앓고 있다.
임 회장은 “약령시장 상인들은 보통 9시에 가게 문을 여는데 길건너 경동시장은 새벽 5시부터 영업을 하기 때문에 간혹 경동시장 상인들이 가게 앞에 주차를 하곤 한다”며 “그러니 상인들이 가게 앞에 차를 세워 놓을 수 밖에 없다”고 상인들의 고충을 토로했다.
서울약령시는 이미 깨끗한 시장 이미지를 위해 전선 지중화 사업과 광고물 정비, 보도와 차도 정비, 가로등 개량 등을 마쳤다. 하지만 다른 재래시장과 같이 아케이트 설치는 안된 상태다.
이에 임 회장은 “이곳에도 아케이트 설치를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탕제원과 식당 등에서 나오는 수중기 배출에 대한 문제점과 건물들이 1층부터 높은 빌딩까지 자리하고 있어 설치를 못했다”고 설명했다.
약령시협회는 한방진흥센터 건립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부터 시장활성화에 대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하3층·지상 3층 한옥 스타일로 조성되는 한방진흥센터는 총 2948평 규모로 한방체험공방, 한의약박물관 전시관, 기념품판매소, 전통설렁탕체험관,, 보제원, 한방 카페, 교육장, 야외 약초마당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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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상반기 동대문구 제기동 1082번지 일대에 들어서는 한방진흥센터 모습. 서울약령시협회 제공 |
임 회장은 “단체 국내·외관광객을 유치해 한방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한의사를 상주시켜 국내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학생들을 위해 무료 한방의료서비스도 전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 한방진흥센터가 개관하면 주차장 200여면을 확보하게 돼 고객들도 다시 많아 질 것”이라며 “제기역 명칭을 약령시역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재추진하는 등 홍보에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푸드트럭을 활용한 야시장 개장과 약선요리를 특화한 음식거리를 조성해 시장방문객을 늘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올해 열린 제22회 한방문화 축제에서 처음 선보인 문화해설사가 반응이 좋았다”며 “약령시장 입구 게이트에 상시 배치시켜 단체로 오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함께 시장을 걸으며 설명해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기택 회장은 약령시 한방문화축제와 관련 “서울시 지원예산이 1억500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대구시는 한방문화축제에 4억400만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인구 3만여명에 불과한 풍기 인삼축제도 15억원이 지원되고 있다”며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약을 먹는 방법에 대해 임 회장은 “남들이 인삼이 좋다고 무작정 먹으면 체질에 안맞는 사람은 탈이 날 수 있다”며 “한약은 꼭 한의사에게 정확하게 진맥을 받고 처방을 받아서 자기 몸에 맞게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예전에는 명절때가 되면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위해 보약을 짓는 사람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홈쇼핑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입장에서는 부작용이 나도 자식이 사준 거라 나쁘다는 이야기도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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