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본래 속성 및 유의미한 작업 결과물 꾸준히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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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태 작가.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예술은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작품전시가 개최되고 있으며, 수많은 작업자가 자신의 작품을 탄생 시키기 위해 내적·외적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관람객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작가의 작업 결과물인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갤러리에서 작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기 전에는 완벽한 소통이 아닌 순간의 감성 소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사진작가 변성진의 <예술가, 그게 뭔데?>는 이런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갈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예술을 위해 자신의 삶을 사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작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예술이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등 예술가 이야기를 군더더기없는 질의·응답 형식으로 구성했다.
관련 릴레이 인터뷰 중 열한 번째로, 이번에는 사진이 가진 본래 속성을 부각하고, 의미로 가득한 작업을 통해 태어난 결과물들을 공간·시간·기억에 관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박경태 작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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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eamwork#01.(Pigment-based Inkjet on Cotton Paper, 136x204cm, 2015) ⓒ박경태 작가 |
Q: 작가 소개 및 사진을 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안녕하세요. 설치 작업을 통해 사진으로 표현하는 박경태입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필름 카메라로 방학 숙제, 식물원, 놀이공원, 그리고 친구들을 취미로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친숙하게 사진에 입문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저는 광고 스튜디오에서 연예인, 제품, 기업행사, 기업광고 사진 촬영을 해왔습니다. 광고 회사 또는 의뢰인과 같이 작업을 하다 보니 사진에 관한 생각과 고민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정 기간 홍보했다가 사라지는 사진 이미지가 아닌, 사진의 속성과 의미가 있는 작업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010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작품 발표하고 있습니다.
Q: 작업 또는 활동 사항이 궁금합니다.
A: 제 작업의 관심 키워드는 공간, 시간, 기억이며, 그것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2015년 발표한 ‘Dream work’ 연작은 어떤 공간에 대해 흐려지거나 잊어버렸던 지난 기억의 장소를 재현했습니다.
아무리 행복하거나 강렬했던 기억이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흐려지고 잊혀갑니다. 2017년 ‘도래할 꿈-A Dream to Return’ 연작은 과거 기억된 어떤 사실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불안전한 이미지의 상태로 남아있는 것을 작업했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억’에 대해 사유하게 됐습니다.
2018년 ‘내면의 기억-Memories that Lie Within’ 연작은 역사적으로 기록될 만큼 중요한 공간들을 대상으로 관찰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는 사람들의 인식(정치적, 문화적, 역사적)에 대해 다의적인(polysemous) 의미로 사유하고 표현한 작업입니다. 그리고 2020년 ‘므두셀라-Methuselah’ 연작은 인간의 삶과 죽음, 기억에 알레고리(allegory)로서 일부 썩거나 곰팡이가 핀 과일을 대상으로 재구성한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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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thuselah persimmon#01.(Pigment-based Inkjet on Cotton Paper, 55x55cm, 2020) ⓒ박경태 작가 |
Q: 지금 하는 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인간은 바쁘게 변화되는 시간 속에서 과거의 경험으로 인식된 우리들의 기억이 확실한 것인지 의심해보는 일은 곧 개인의 존재에 관한 물음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추구하는 작업 방향 또는 스타일이 있다면.
A: 관심사인 공간, 시간, 기억에 관련된 연작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설치 작업을 통해 사진으로 더 심도 있게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방향을 추구하려고 합니다.
Q: 영향을 받은 작가 또는 작품과 이유.
A: 크리스티앙 볼탄스키(Christian Boltanski), 앙드레 케르테츠(Andre Kertesz) 작가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프랑스 예술가인 개념 미술가 크리스티앙 볼탄스키는 회화, 조각, 설치, 사진, 영화 등 여러 가지 장르를 이용해 감성을 표현한 예술가입니다.
그의 대표작 중 ‘기념비’ 연작은 사람들에게 어린 시절을 연상하게 했으며, 대상을 촬영하지만 흐릿한 인상으로 특정한 묘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재 재현하고, 그 과정에서 변화되는 새로운 기억을 탄생하게 했습니다. 그는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분리하게 했으며, 나에게도 시간과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줬습니다.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헝가리 출신 사진작가 앙드레 케르테츠의 ‘Distortion’ 연작은 변형된 거울을 이용한 누드 작업으로 저에게 새로운 시각적 형태로 다가왔습니다. 인간 내면의 복잡한 심리상태와 초현실주의적 표현 방법을 제시해줬으며, 개인 작업 표현 방법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Q: 인생의 길잡이가 되는 명언 또는 글귀가 있다면.
A: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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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면의기억_국회의사당.(Pigment-based Inkjet on Cotton Paper, 136x204cm, 2019) ⓒ박경태 작가 |
Q: 내가 생각하는 예술이란.
A: 개인의 상상, 생각, 의견 등을 가지고 주제와 의미를 담아 이야기를 만들어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표현 수단(medium) 방법으로 회화, 설치, 조각, 사진, 영상, 판화, 음악 등 여러 가지 매체로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
Q: 내 작품이 판매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A: 단편적인 측면에선 이미지만 판매됐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작품에는 이미지와 함께 작업자의 생각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제 작품을 판매도 해보고 다른 작가의 작품을 구매도 해봤는데, 작품을 사는 사람들은 작업자의 철학과 생각에 관한 관심과 응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 서로 윈윈하는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작업을 시작했거나 첫 전시를 준비 중인 작업자에게 하고 싶은 말.
A: 결국은 꾸준히 작업하며 기다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업자의 숙명이죠. 단 한 번의 기회로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을 찾기 위해 한 겹 두 겹 시간을 쌓아가는 그것으로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2022년 12월 16일부터 29일까지 ‘므두셀라–Methuselah’ 연작을 충무로에 있는 와이아트 갤러리에서 개인전시로 개최합니다. 이번 므두셀라 전시는 제목의 뜻처럼 과거의 나쁜 일은 잊어버리고 좋은 것만 기억하려는 인간의 기억 편향의 경향성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므두셀라 작업을 통해 겉으로 보이지 않는 유한한 인간 삶과 죽음의 경계, 그리고 기억에 대한 사유가 되길 바라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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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래할꿈#20.(Pigment-based Inkjet on Cotton Paper, 100x150cm, 2017) ⓒ박경태 작가 |
[인터뷰: 변성진 작가/ 자료제공: 박경태 작가/ 편집: 김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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