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만 의장이 지난 21일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확산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기조 확산, 4차산업혁명 시대 도래, 기후위기로 인한 탈탄소·친환경 분야 부상 등 국내는 물론 국외 산업사회에서 기존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ABA 통해 韓 기업 아시아시장 연계 “더 넓은 해외시장 개척 눈 떠야” |
먼저 이 의장은 ABA 수장으로 한국 중소기업의 아시아시장 진출을 적극 연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의장은 “오랜 기간 하도급 구조로 운영돼온 우리나라 산업계에서 한계는 분명하다”면서 “국내 산업구조의 개혁은 개혁대로 추진하되, 우리 중소기업들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현재 전 세계 자동차 부품사 상위 100개사 가운데 재벌의 계열사만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은 없다. 결국 글로벌 규모의 중소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시장 공략을 통한 몸집 불리기, 기술개발 투자 등 선제적이며 공격적인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전체적 맥락에서 보면 국내 파이는 지극히 한정적”이라며 “중소기업들은 이제 더 넓은 해외시장, 특히 아시아시장 개척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부품 조립 등 제조업 중심의 하도급 구조 하에서 여전히 대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리딩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설 자리가 좁아진 게 현실이다. 이에 인건비 절감 등 다수 장점을 보유한 아시아시장에서 경쟁력 확보가 필수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 의장은 과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센터에서 경쟁정책본부장을 역임하던 시기, 중소기업의 거래 파트너로 아시아 여러 국가의 장·차관급 고위직 인사들과의 만남 등을 통해 이런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ABA 출범의 계기다. 지난 2018년 닻을 올린 ABA는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을 아시아 각지 우량기업과 신뢰할 만한 기업에 수출·합작투자 파트너로 연결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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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8년 ABA 공식 출범식에서 이경만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ABA 제공) |
이 의장은 “지난 수년 간 우리나라 기업 CEO들과 함께 인도·미얀마·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등에 비즈니스 투어를 다니는 과정에서 OECD 한국센터 재직 시절 연을 맺은 현지 고위공무원들이 신뢰할 만한 거래처를 찾아줬다”며 “이렇게 되면 해외시장 개척에 드는 시간·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아시아 각국에 퍼진 고위직 공무원 등 차별화된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기업의 아시아시장 진출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ABA의 주요 역할은 국내 기업의 아시아시장 진출을 위한 비즈니스 탐색 및 매칭이다.
아시아 각 기업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충족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을 발굴해 손을 잡게 한다. 이를 위해 아시아 우량기업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사업과 관련한 기업을 찾아내 비즈니스 매칭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 의장은 특히 아시아시장의 한국 기업에 대한 호감을 강조한다.
이에 “최근 미중 경제전쟁을 비롯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일본의 배타적 거래 등 경쟁국에 악재가 거듭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기업의 기술력·문화를 선호하는 아시아국가 비중이 늘었다”며 “점점 열악해지는 국내 기업 환경을 감안하면 해외 진출 모색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대기업 갑질 여전…성과우선주의 지양해야 코로나 이후 대비…산업 구조조정 계기될 것 |
이런 가운데 이 의장은 한국 산업의 고질적 하도급 구조 개선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이 같은 ‘먹이사슬 식’ 산업구조로 건강한 중소기업 육성은 ‘꿈나라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의장은 “하도급 구조 고착화로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이 날로 열악해지며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특히 창의성 측면에서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관련 규제 완화 등으로 토스뱅크 등 능력을 갖춘 벤처기업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며 “그럼에도 대기업 군에서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강제·비강제적 사회적 장치 마련을 위한 집단 지성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대기업의 소기업 기술탈취 등 하도급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갑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장은 이런 무리한 사회적 현상의 근본적 문제로 대기업의 성과우선주의를 꼽는다.
이 의장은 “대기업은 직원 평가에서 압도적으로 ‘성과’를 중시한다”면서 “납품단가 인하를 통한 원가절감을 성과에 반영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 옥죄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이 의장은 “성과라는 개념에 대한 재정립이 시급하다”며 “‘성과’ 개념의 엄격한 기준을 정립해 보다 세분화한 평가의 잣대를 대야 한다. 성과에 대한 집중 분석과 함께 관련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런 노력은 기업 스스로 해내기 어려운 만큼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경만 의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아시아시장 진출을 특히 강조했다. |
한편,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산업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닌 현상으로, 언젠가 다가올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하는 국내 산업계의 지각 변동이 서서히 본격화되고 있다.
이 의장은 코로나19 사태를 단순히 부정적 측면으로 바라보지 말고 한국 산업의 전반적인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이 의장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지만 비대면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새로운 산업분야도 무궁무진하게 개척될 것이다. 예를 들면 기존 인강 위주의 종합포털 콘텐츠에서 최근 웹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전문적 콘텐츠 육성 등이 그것”이라고 했다.
이 의장은 또한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자영업 분야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이들 자영업자가 거대한 산업구조조정의 출구 전략으로 삼을 만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이 의장은 “우리나라는 소상공인 비중이 과도한 상황”이라며 “미국은 7%, 일본 25% 수준에 그친 반면, 한국은 무려 65%가 전체 산업에서 자영업 분야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 이후 전개될 산업 구조조정에서 이들이 최대 피해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의장은 “특히 젊은층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이제 시야를 넓혀 세계를 바라봐야 할 시점”이라며 “최소 3~5년 간의 준비기간을 거친 뒤 한국과 사회·문화적으로 유사한 전통을 가져 성공 가능성이 높은 아시아 국가로 진출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 정권에 신물”…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 동장부터 청와대 경험까지…“차근차근 준비할 것” |
이 의장은 지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부산시 금정구청의 장전2동장부터 공정위, 청와대로 이어지는 굵직한 공직 경험을 했고, 공직 20년 만에 국장을 끝으로 그만두고 중소기업을 돕는 한국공정거래평가원을 창업해 현장을 누비면서 결국 정치가 중요함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 의장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가장 저질스런 자에게 통치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현 정부의 무능함과 무지함, 그리고 비열함에 대항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했다. 주변으로부터 처음 출마직 제의를 받은지 약 3개월 반 만에 결심이었다.
알찬 준비에도 결과는 낙선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의장은 “제 주위에 있는 기업인들이 자신의 사업 걱정보다 나라 걱정을 더 많이 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며 “이는 산업화의 혜택을 받은 50대 중반 우리 세대가 오롯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제가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이어 “조바심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것”이라면서도 “시장에서 어묵먹기 등 구태 정치인 행보는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 부산시민에게 실질적·경제적으로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대규모 산업 기반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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