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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전국 23곳, 총 24조 규모의 예타 면제 대상을 밝힌 가운데,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정부 취지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정부가 오늘 새만금 국제공항 등 총 23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예타)조사를 면제키로 확정했다. 총 24조1,000억 원 규모로, 이는 당초 지방자치단체들이 신청한 32개 사업 68조7,000억 원 대비 크게 축소된 규모다.
정부는 이번 예타 면제 방침을 두고 “국가의 균형적 발전”이란 취지로 설명했으나, 이 같은 명분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홍남기 부총리, “국가균형발전 취지 부합한 사업 선정”
정부는 29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고 예타 면제 관련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을 공개했다.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한 이번 프로젝트에 정부는 ▲R&D(연구개발) 투자 등을 통한 지역 전략산업 육성 ▲도로‧철도 인프라 확충 ▲광역 교통·물류망 구축 ▲환경·의료·교통시설 등 지역주민 삶의 질 제고 등 총 4가지 중점 전략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영남권 8조2,000억 원 ▲호남권 2조5,000억 원 ▲충청권 3조9.000억 ▲강원 9,000억 원 ▲제주 4,000억 원 규모로 배분됐다.
특히 남북 평화 기조를 감안해 북한 접경 지역에도 남북평화도로 건설 등 1조1,000억 원 수준의 사업이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 지적에 따라 이번 예타 면제 대상 사업 선정에서 수도권은 원칙적으로 제외됐다.
개별 사업으로 경남도가 추진 중인 남부내륙철도가 4조7,000억 원 규모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전북의 새만금 국제공항(8,000억 원)과 강원 레저휴양지식서비스 등 지역 특화산업 육성(1조9,000억 원) 역시 주목받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국가 균형 발전, 지역 경제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그 사업 계획이 구체화돼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사업 중 지자체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을 최대한 반영해 선정했다”고 선정기준을 밝혔다.
문제는 이번 예타 면제 범위에 포함된 지역을 중심으로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반면, 시민사회와 전문가 등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이란 명분은 사실상 허울에 불과할 뿐 그간 경제성 미검증 등으로 표류하던 지방 대규모 토목사업에 과도하게 예산을 쏟아붓는 형태는 과거 정부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사회 일각에선 이번 예타 면제 규모를 두고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사업’에 비유하면서 정책 철회까지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선 이 같은 지역별 나눠먹기식 예산 투입은 필연적으로 혈세 낭비로 이어질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참여연대‧경실련 등 일제히 반발…“전면 재검토해야”
먼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토건적폐 경기부양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정부의 예타 면제 발표 철회를 요구했다.
경실련은 “문 대통령이 외쳤던 사람중심 경제, 소득주도 성장은 결국 말뿐인 구호로 전락했다”며 “토건사업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제고’ 등의 명분을 붙였지만 문 대통령도 이명박 등 전임 대통령들처럼 토건정부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 정부의 예타 면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50조 원 규모의 도시재생 뉴딜을 포함하면 100조 원 이상으로, 역대 최대였던 이명박 정부의 60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와 민변 역시 이번 정부 정책에 강한 제동을 걸었다. 이들은 이날 논평에서 “대규모 SOC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4대강, 경인운하 등 불필요한 혈세 낭비를 초래한 토건 SOC 사업의 남발이 우려된다”며 “대신 공공임대주택, 국공립어린이집·요양시설 등 저소득층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한 복지SOC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예비타당성조사란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들에 대해 미리 비용과 편익을 비교해 공공성·사업성을 확인하는 제도로, 무분별한 사업 남발을 막아 국가예산 낭비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사회경제적 상황 변화로 최근 예타 과정에서 경제적 검증을 넘어 사회적 가치까지 범위를 넓혀 종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예타 면제가 자칫 사업의 적정성을 도외시한 채 ‘묻지마’ 사업 남발에 따른 지자체 간 예산 나눠먹기식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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