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태구민 당선인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쏟아진 가운데 자칫 특정지역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제돼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사상 첫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강남 갑‧미래통합당) 당선인이 된 태구민(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에 대한 조롱과 지역구 비난이 남북한에서 동시에 터져나왔다. 도 넘은 조롱이라는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앞서 태 당선인에 대해 횡령 및 미성년자 강간 등을 일방 주장한 북한 매체가 난데없이 서울 강남지역을 비난하고 나선 데 이어 국내에선 같은 곳에 새터민 입주를 법제화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 ‘뜬금포’ 소환에 혐오표현 자제 목소리도
17일 북한 대외선전매체 ‘아리랑 메아리’는 “(강남구에는) 부자‧특권층이 많이 살고 있어 ‘서울보통시 강남특별구’로 불리고 있다”며 “부패하고 타락한 생활에 물든 자들이 우글거리는 각종 유흥시설과 유곽들이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남 일대가 부패의 소굴로 전락한 데 대해 각 계층의 조소와 비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면서 “부유층이 공개적으로 도박을 하거나 마약을 사용하고 있으며, 현지 경찰도 그들 눈치를 보며 외면할 정도”라고 했다.
뜬금없이 ‘최순실’도 소환됐다. ‘아리랑 메아리’는 “4년 전 남조선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박근혜-최순실 추문사건의 주범인 최순실도 이 곳에서 부화방탕한 생활을 하며 특권층 족속들과 박근혜를 쥐고 흔들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매체는 지난 2월 태 당선인이 미래통합당에 영입됐을 당시 “우리 공화국(북한)에서 국가자금 횡령죄, 미성년자 강간죄 등 온갖 더러운 범죄를 저지르고 법의 심판을 피해 도망친 천하의 속물, 쓰레기”라고 태 당선인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북한 ‘아리랑 메아리’는 태 당선인에 대한 직접적 거론은 피했다. 다만 북한 대외선전매체가 한국 특정지역을 직접 고강도로 비난한 것은 이례적이며, 총선 직후라는 시점 등을 감안하면 태 당선인을 의원으로 선택한 지역에 대한 불쾌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날 “강남 재건축 지역에 새터민 아파트를 법제화해 달라”는 청원이 등장했으며, 17일 오후 기준 약 9만 명에 달하는 국민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냉전 시대 수구적 이데올로기 장벽을 넘어 태구민 후보를 선택한 강남구민들의 높은 정치의식과 시대정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글 작성의 취지를 밝혔다.
이어 “현재 국내 거주 중인 탈북자 수는 약 4만 명으로, 매년 1,000명 내외의 탈북자가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복지와 안정적 거주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남구 전지역을 대상으로 재건축, 재개발 시 의무적으로 새터민 아파트를 넣어 달라”며 “강남구민들의 높은 정치의식을 기반으로 생각할 때 분명 반대는 적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청원인은 “강남의 높은 생활수준을 탈북민들이 체험한다면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도 더 커질 것”이라며 “조선족들도 귀화를 많이 하고 있다. 이분들의 정착지도 강남에 넣는 것을 고려해 달라”고 덧붙였다.
일견 새터민 정책에 대한 과잉 의견으로 해석되지만, 태 당선인을 선택한 강남구 주민들에 대한 조롱이라는 일각의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현재 일부 진보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북한 출신 태 당선인이 서울 강남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에 선출됐다는 데 대해 과도한 혐오 표현이 나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강남구’는 ‘강람구’로, ‘역삼동’은 ‘력삼동’ 등으로 불리는 식이다. 이 같은 조롱섞인 표현들은 자칫 특정 지역‧주민에 대한 혐오 조장으로 번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면에서 자제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저작권자ⓒ 세계로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