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근 이빨
시인 이 명 희
옥수수를 먹다보면
이 빠진 옥수수가 더 잘 씹힌다
듬성듬성 한 눈에 들어오는
시골집 사이의 너른 공간
이 빠진 옥수수에도 너른 공간이 있다
빽빽하고 얕은 숨 맛본 뒤에야
깊게 맞이하는 호흡처럼
빼곡한 알갱이에 고랑이 있으면
숨 고르며 먹기에 좋다
그래야 한 알 한 알 먹기에 좋다
성근 이빨 사이로
옥수수 알갱이 쏟아지는 순간
살아갈 수 있는 여유를 씹는다
숨 막힐 것도
더 망가질 것도 없다는 듯
옥수를 열심히 먹어댄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를
벌써부터 감지한 듯
이 빠진 옥수수가 성근 이빨을 보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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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약력 충남 보령 출생. 월간「문학세계」 신인상 등단. 충남시인협회 신인상. 「문학세계」문학상. 충남시인협회원, 충남문인협회 이사. 시집 『겨울 감나무』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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