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업 활성화 위해 대규모 단지화 필수
50돌 맞은 남부산림청은 치산녹화 역사
목재팰릿 도입‧양도소득세 감면 등 기억남아
▲이종건 남부지방산림청장이 지난달 27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임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산림자원 순환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사진=라안일 기자> |
[세계로컬신문 오영균·라안일 기자]비가 주룩주룩 내린 지난달 27일 인터뷰를 위해 경북 안동으로 향했다. 이날의 인터뷰이는 이종건 남부지방산림청장. 이 청장은 2시간에 거쳐 개청 50주년을 맞이한 남부지방산림청의 지난 50년을 돌아보고 미래 50년의 정책방향 등을 설명했다.
이 청장은 1시간 30분의 인터뷰와 식사 시간을 이용한 30분가량의 대화를 통해 차분하면서 막힘없이 국유림경영 활성화를 위한 발전방안 등을 제시했다.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던 이 청장은 산림 발전과 임업인 소득창출 등을 위해 산림자원 순환관리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할 때 목소리가 가장 커졌다.
현재 국내 임업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인 나무를 심고 가꿔도 시장에서 수요가 없으면 그 나무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과 함께 여전히 나무만 심고 이용에는 소홀한 임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산림자원 순환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청장은 “그동안 임업이 어려웠던 게 나무를 심고, 가꾸고 벌채를 하는 시스템이 돌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무를 벴는데 찾는 이가 없다든지, 가격이 안 맞는다든지 원활치 못한 부분이 있다”며 “산림자원 순환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조림과 벌채 그리고 해당 나무를 이용한 제품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산림자원 순환관리시스템과 함께 임업단지를 대규모화 하는 것이 국내 임업인의 소득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개청 50주년 소회와 임도 확대 및 개선 방법, 금강소나무 관리정책 등을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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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군 소광리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찾은 방문객들이 웅장한 금강소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남부산림청> |
- 남부지방산림청 전신인 안동영림서가 신설된 지 50년이 됐다. 소감부터 부탁한다.
남부산림청 전신인 안동영림서는 1967년 신설돼 경상도와 전라도 국유림을 관리했다. 1991년 남원영림서가 신설되면서 지금의 관할구역인 부산, 대구, 울산과 경북, 그리고 경남(서부경남제외)지역 29개 시·군이라는 넓은 구역인 국유림을 보호하고 경영‧관리하고 있다.
남부산림청의 역사는 치산녹화의 역사와 같이하고 있다. 초창기 산림지역의 사업은 그 비중이 커서 지역경제를 살리고 주민의 생계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국유림 최초 울진과 춘양양묘장, 춘양목이란 별칭을 가진 울진과 봉화의 금강소나무, 사방사업의 성공모델인 영일만사방지, 마지막 울주 협업경영체 등 산림의 역사 모두 남부산림청 관내에서 이뤄졌다.
사람 나이 50이면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이라 했듯이 이 뜻을 받들어 앞으로도 ‘같이 이룬 푸른 숲을 국민과 함께 나눌 우리 숲’으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 남부지방산림청 주요 업무 중 하나가 금강송 관리이다.
황장목, 춘양목으로 불리는 금강소나무는 남부산림청의 랜드마크로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현재 울진, 봉화, 영양, 영덕 등 태백산맥 줄기에 우량 금강소나무가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우량 금강소나무가 밀집된 지역에는 문화재 복원용 목재생산림으로 지정해 임의로 벌채할 수 없도록 특별관리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국내 최대 금강소나무 군락지인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에 금강소나무 생태관리센터를 운영하면서 소광리와 그 주변 지역 금강소나무림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9039ha)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또한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비롯해 영양 본신리, 봉화 고선‧대현리 등 3개 지역 7892ha를 금강소나무 생태경영림으로 조성‧운영하고 있다. 생태경영림은 100년 후를 대체할 금강소나무 후계림 조성과 함께 계곡을 중심으로 한 먹이사슬 복원으로 숲‧동식물‧계곡의 조화로운 공생을 도모하고 금강소나무숲길, 검마산‧청옥산자연휴양림 탐방로 등과 연계해 국민들에게 다양한 Eco-Tour(생태학습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소광리는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엄격히 보호하기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했으나 국민들의 관심이 점차 늘어나고 개방 요구 민원이 증가해 5개 노선 66㎞의 숲길을 개설, 지역주민들과 연계한 사전예약탐방제로 생태관광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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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시와 경남 거창군 경계에 있는 단지봉에 식재된 자작나무. <사진제공=남부산림청> |
-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국유지를 활용해 ‘도시숲’을 운영하는 것이 눈길을 끈다.
1ha의 숲은 연간 총 168㎏에 달하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이산화황, 이산화질소, 오존 포함)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의 경우 녹색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2013년 말 기준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8.32㎡로서 세계보건기구 권장 최소 기준인 9㎡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부산림청은 현재까지 9개소, 61ha의 도시숲을 조성했고 올해에도 울산, 구미 등 2개소에 14ha를 조성하고 있다. 남부산림청이 있는 안동에도 만들고 싶은데 시내에 국유림이 없다. 그래서 남안동 IC 인근에 사유림을 매입해 만들려고 추진 중이다.
- 국유림 이야기를 더 이어가보자. 산림발전을 위해서는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국유림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현재 산림면적 636만 9000ha 중 68%가 사유림(433만8000ha)이고 국유림이 24%(154만3000ha), 공유림이 8%(48만8000ha)이다. 국비를 들여 매년 사유림을 매수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국유림 비율을 선진국 수준(영국 36%, 독일 33%, 미국 33%, 일본 31%)인 32%까지 달성할 계획이다.
남부산림청도 최근 10년간 1400억원을 들여 2만3899ha를 매수했고 올해 1914ha를 목표로 현재 1500ha를 사들였다.
문제는 사유림 매입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팔려는 부재산주는 많지만 매수예산단가가 평당 2000~3000원 정도 책정돼 매수에 어려움이 많다. 매년 지가는 상승하고 있음에도 매수단가는 10년 이상 그대로이기 때문에 단가 현실화가 시급하다. 특히 도시지역 주변에는 미세먼지 해결 등의 이유로 도시숲 조성 요구가 많음에도 예산단가와 실거래가격과의 차이가 너무 커서 도시지역이 아닌 오지의 산림을 매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 산림발전을 위해서는 임도 밀도도 높여야 하는데.
나무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림을 잘 가꾸려면 기계화가 가능한 임도를 먼저 개설해야 한다. 임도를 개설하면 중간에 나무를 솎아 베어 팔 수 도 있고 기계가 들어갈 수 있어 작업비도 줄어든다.
하지만 밖에서 보는 시각은 정반대이다. 임도는 환경파괴라는 시각이 있어 예산당국을 설득하는데 애로가 있다. 최근 임도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어 다행이긴 한데 좀 더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임도 물량 확대와 더불어 기후와 여건에 맞는 임도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산림선진국인 미국이나 독일은 산림을 경영하기에 적합한 임도가 잘 구축돼 있다. 미국이나 독일은 달리 집중호우가 없어 임도가 무너지는 경우가 없는 반면 우리나라는 여름철 집중호우가 내리다 보니 사면 안정이 덜된 임도는 그만큼 산사태 위험이 높아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도 개설 단가를 인상해서 견고한 임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임도는 만드는 게 산을 깎아서 반은 원지반이고 반은 잘라낸 흙을 가지고 메꿔 만든다. 메꾼 곳은 집중호우에 밀려날 가능성이 높지만 원지반 상태로 임도를 만들면 무너질 일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하려면 현재 임도를 내는 것에 비해 2~3배의 비용이 든다. 안전과 효율적인 산림경영을 위해서는 일본처럼 원지반에 설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경북 영덕군 창수령 쉼터 뒤에 울창한 산림이 조성돼 있다. <사진제공=남부산림청> |
- 임업발전을 위해 추진 중이거나 펼치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임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장기 투자하는 것에 비해 소득이 나오데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통상 30년 이상 나무를 심고 키워야 하는데 막상 나무를 벌채해도 판로가 없거나 수입산과 비교해 가격이 안 맞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식목부터 벌채-이용까지 산림자원 순환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미래에 대한 확실성이 있어야 임업에 투자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산림자원 순환관리시스템 구축과 함께 임업의 규모화가 필요하다. 나무를 찔끔찔끔 심으면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져 경쟁력이 떨어진다.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해야 지자체도 유통시설 구축 등의 지원을 하게 된다. 또한 대규모 단지 조성으로 유명해지면 사람들의 발길이 빈번해지고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우리 청에서도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경남 함안에 아카시아나무를 2만평 심은 곳이 있는데 양봉농가와 지역발전을 위해 30만평 정도의 대규모 밀원식물단지를 조성하려고 한다. 양봉단지가 되면 꿀 건조시키기 위한 공장도 들어서고 인근에 철쭉이 많은 천주산을 찾는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고객유치 가능성도 높다. 여기에 편백나무도 심어서 산책로도 만들면 꿀과 체험, 지역관광과도 연계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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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건 남부산림청장(왼쪽 다섯번째)이 경주시 재선충병 방제사업지를 찾아 관계자로부터 방제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제공=남부산림청> |
- 소나무가 많은 국내 산림 특성상 재선충병 관리가 중요하다. 남부산림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최근 몇년간 대대적인 방제활동으로 재선충병 피해본수는 줄고 있으니 피해구역은 늘고 있다. 지난 3월까지 남부산림청이 관리하는 국유림에서 발생한 피해본수는 32본에 불과했지만 사유림까지 포함할 경우 전국 피해본수의 64%를 치지한다.
봉화·예천군 신규 발생 등 면적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행이 울진‧봉화지역의 금강소나무 군락지에까지 번지진 않아 이를 저지하기 위한 특별 관리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예찰원을 안동에서 봉화 경계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 헬기와 올해 구입한 드론으로 죽은 나무를 찾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피해 나무를 베어 그 자리에서 토막을 내고 약제를 뿌린 뒤 타포린이란 포장비닐로 씌우는 훈증처리를 했으나 올해부터는 훈증더미를 수집·파쇄해 재선충병의 확산을 저지하고 있다. 보존이 필요한 소나무 군락지에는 단가는 다소 비싸지만 2~3년 면역력 생기는 나무예방주사를 놓고 있다.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정책 특히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남부산림청이 추진하고 있는 지역일자리 활성화 정책이 있다면.
그동안 산림분야 일자리는 산림복지분야를 제외하고는 정부예산을 투자한 공공근로형식의 일시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남부산림청에서 직접 고용하는 일자리는 약 700여개, 산림치유원 등 산림복지시설 설치로 인한 민간부문 고용인원은 약 300여개 수준이다.
현재 산불진화대, 재선충 방재 등 조사하고 기획, 점검을 하는 일이 많은데 인원이 부족한 편이다. 최근 산불, 병해충, 산사태 등 국민안전과 직결된 업무량이 증가하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국민안전분야에 소방, 경찰 외에 산림공무원도 포함돼 인력지원이 이뤄지면 일자리도 늘어나고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30여년간 산림공무원으로 여러 정책을 펼쳐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정책이 있다면.
목재이용과장 당시 바이오에너지 공급확대를 위해 캐나다 사례를 벤치마킹해 버려지는 숲가꾸기 산물과 제재폐잔재를 활용하는 목재펠릿 공장을 만들었다. 국제유가가 높은 시기라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고 버려지는 자원 활용, 외화낭비를 줄일 수 있는 1석 3조의 정책으로 평가돼 범정부적 관심사업으로 대두됐었다. 지금도 산업, 가정, 공공기관 등에서 석유대체연료로 활용되고 있다.
산림경영소득과장 당시 산약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산지약용식물 산업화대책을 수립하고 신규로 예산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산양삼에 잔류농약 검출 등으로 부정적 시각이 대두돼 재배과정에서 농약사용을 통제하는 내용을 법제화했다. 또한 전문임업인들이 지속적으로 건의했던 전문임업인 임야거래시 양도소득세 감면. 임도융자기간 연장 그리고 경영장비 지원 등 3가지를 임업인들과 합심해 한해에 다 해결한 것이 보람이었다.
이종건 청장은.
이종건 청장은 충북 진천 출신으로 서대전고등학교와 충남대학교을 졸업하고 1988년 공직에 입문했다. 산림청에서만 30여년간 근무했으며 목재이용과장, 산림경영소득과장, 국유림관리과장, 산지관리과장, 운영지원과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올해 2월부터 남부지방산림청 수장을 맡아 산림을 더 푸르게 가꾸고 이를 통해 다양한 일자리 창출과 임업인 소득안정에 노력하고 있다. 차분한 성격에 꼼꼼한 일처리로 유명하며 대통령표창 및 국무총리표창을 받은바 있다. 등산과 여행이 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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