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로컬타임즈] 김포시장과 시의원 일부가 영국 런던으로 공무국외출장을 떠난다는 소식이 지역 사회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선진 도시 정책 벤치마킹’이 목적이라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외유성 출장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두지 못한다. 논란의 핵심은 출장이 아니라 “출장지의 적합성과 목적의 현실성”이다.
런던은 인구 약890만 명, 면적 1,572㎢의 세계 10대 글로벌 도시다. 반면 김포는 인구 약50만 명, 면적276㎢ 규모의 중견 도시다. 행정·재정·문화 인프라뿐 아니라 도시의 국제 인지도, 브랜드 가치, 정책 실험의 범위까지도 비교 자체가 어렵다.이런 차이는 단순한 “도시 크기”의 문제가 아니다.정책 이식의 위험으로 이어진다.
예컨대 런던의 야간경관 조명이나 도시재생 프로그램은 수십 년의 도시계획, 복합 예산 구조, 다양한 이해관계자 네트워크 위에 구축된 시스템이다. 이런 정책을 김포가 단기 출장으로 ‘배워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크다. 즉, 김포의 도시 규모와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벤치마킹은 ‘모방형 정책’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런던 야경의 국제적 인지도, 그러나 단순히 ‘빛의 도시’는 아니다. 런던은 템즈 강변과 타워브리지, 런던아이 등 명소 중심의 야간 조명으로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조명은 파리나 홍콩처럼 ‘화려함’을 자랑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강조하는 ‘품격형 조명’이다.
즉, 야경은 런던의 관광 상품이라기보다 도시 정체성과 문화유산의 확장선이다.이를 단순히 “도시 미관 조명”으로만 이해하면, 김포 현실에 맞지 않는 예산 낭비형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김포의 조명 정책은 기능적 안전성, 지역 상징성, 생태 환경성을 함께 고려한 ‘현실형 모델’이 바람직하다.
공무국외출장은 원래도시 간 지식 교류라는 공공적 의미를 가진다.그러나 그 절차가 불투명하거나 대행기관 중심으로 운영될 때, 시민들은 출장 목적보다 ‘여행 코스’를 먼저 떠올린다.김포시의 이번 영국 출장 계획도 일정의 명확성이 부족하고, 공식 세미나나 기관 교류보다는 관광 명소 위주의 동선으로 짜여져 있다.이는 단순히 ‘여행 같다’는 비난을 넘어, 행정의 신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런던처럼 대규모 도시를 방문하면서 실질적 협력 파트너나 정책 교류 일정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출장의 설득력은 더욱 떨어진다.결국 “규모의 불균형”이 “목적의 불분명함”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외유 논란”으로 증폭되는 구조다.
김포시가 이번 출장을 통해 실질적 성과를 거두려면 ‘규모와 목적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그를 위해 다음과 같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도시 규모에 맞는 맞춤형 교류 대상 선정런던 중심부보다는 김포와 유사한 인구(30~70만명) 규모의 위성도시나 지방자치구와의 정책 교류를 추진해야 한다.이는 ‘대도시 시찰’이 아닌, 현실적 정책 교류라는 설득력을 줄 수 있다.
둘째, 세미나 중심 일정 구성과 명확한 약속 확보현지 공공기관, 지방정부, 도시조명 협회 등과의 회담·세미나 일정이 사전에 확정되어야 한다.“견학과 회의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가 되어야 외유 비판을 피할 수 있다.
셋째, 성과 보고의 투명성 확보귀국 후에는 반드시 성과보고서와 예산 집행 내역을 시민에게 공개하고, 보고서를 바탕으로 실제 정책 반영 계획을 설명해야 한다.출장의 결과물이 ‘관행적 보고서’로 그치면, 다음 출장도 신뢰받기 어렵다.
넷째, 현실형 벤치마킹의 전환김포는 런던처럼 글로벌 ‘야경 명소’를 꿈꾸기보다는,한강 하구·애기봉 생태공원·마송지구 등 지역 고유의 자원을 살린 ‘생태형 야간경관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공무국외출장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다. 다만 도시의 체급 차이를 간과한 벤치마킹은 현실과 괴리된 정책 모방으로 끝날 수 있다. 김포시의 이번 영국 출장 논란은 단지 한 차례 외유의 문제가 아니라,‘도시가 어떻게 배우고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의 문제다.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준비와 투명한 과정이 뒷받침된다면, 이번 출장은 ‘외유’가 아니라 진정한 ‘학습의 여정’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로컬타임즈 / 유기호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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