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기획가’ 홍순창 이사장, 특별한 사진철학을 만나다

“재미 붙인 사진작가 마음껏 뛰놀 수 있어야”
“4가지 역점사업 통해 기존 인식틀 바꿀 것”
김영식 기자 | ys97kim@naver.com | 입력 2020-06-24 13: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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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창 이사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로컬타임즈 글·사진 김영식 기자] “예술이란 진지하고 엄숙하며 숭고한 활동의 결과물이다”(?)


이 같은 기존 인식의 틀에 의문을 던지며 사진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운동가’이자 ‘기획가’가 존재한다. 


작가를 생산자로, 관람객을 소비자로 각각 규정해 사진업계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 간 ‘진실된 소통’을 위해선 사진에 대한 개방 문턱을 낮춰야 하는데 이런 틀에 짜맞춘 과거 인식은 장애가 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2월 본격 출범한 사진협동조합 시옷의 초대 선장 홍순창 이사장(조합장)은 “사진작가들의 ‘흥’을 북돋아주고 이를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단호히 말한다. 진지‧엄숙이라는 단어 자체가 경직성을 느끼게 하고 결국 관람객 접근을 막는다는 것이다.


홍 이사장이 현직 출판업에 대표로 재직 중인 만큼 되레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진업계 현황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 가능한 것은 아닐까? 


현재 업계의 열악한 환경을 푸념하는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긍정적 메시지를 내는 그다. 한국 사진 역사가 짧은 만큼 큰 발전을 위한 시행착오 등 필수과정을 겪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는 ‘작품 판매와 유통 방식 정립’ 등 다양한 대안 실천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도제식 교육’으로 대표되는 현 사진업계 경직성을 뛰어넘어 작가들에게 ‘재미’를 붙일 수 있는 ‘판’을 깔아주고, 이를 통해 자연스레 시민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는 홍 이사장을 최근 <본지>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통 기획자출신출판 이어 사진 도전

예술 경직성극복해야 관객 문턱 낮아져

 

오랜 기간 출판기획자로 일해온 홍 이사장은 지난 2016년 한 사진작가 주선으로 업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 그가 느낀 감정은 ‘업계 경직성’이었다고 한다. 사진작품에 진지‧엄숙성을 과도하게 부여한 나머지 관람객들의 부담없는 접근 가능성을 스스로 가로막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인터뷰 내내 홍 이사장은 자신을 ‘기획자’라고 소개했다. ‘재미’를 느끼는 작가들이 다수 생겨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이를 통해 업계‧시장이 두터워져 결국 작가들의 작업환경이 다시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낼 수 있도록 밑그림을 꾸준히 제시해나갈 계획이다.  


홍 이사장은 “사진하시는 분들이 조금 더 흥이 났으면 한다”며 “사진 문턱이 낮아지는 것을 두고 예술의 권위가 무너지는 것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엘리트예술’은 차치하고라도 ‘대중예술’만큼은 그야말로 대중 곁에 있으면서 그들의 친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파이를 키워 시장이 돌아가야 비로소 예술도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돼야 좋은 작가들이 많이 등장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으며, 한국어로 출발하는 사진 관련 담론 형성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홍 이사장은 소비자인 관람객 접점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전시나 출판 등 공간 제약이 큰 관람 형태에 획기적 변화를 준 것이다.

 

홍순창 사진협동조합 시옷 초대 이사장은 사진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작가들이 재미를 붙일 수 있을 만한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 변성진 작가 

2016년 10월 사진협동조합 시옷은 ‘빔 프로젝트’를 활용해 공간 제약이 비교적 덜한 전시를 개시한다. 당시 권홍 작가의 ‘떴다방사진전-시민 K의 사진수다’로 출발, 현장에 참여한 작가가 관객과 직접 자유롭게 소통하며 작품을 소개하는 등 차별화된 전시를 이어가면서 업계서 주목받게 된다. 


매달 진행되는 ‘떴다방사진전’은 지금까지 35명에 달하는 작가들이 참여했으며, 종로인문학축제, 그룹 팸투어, 헤이리판아트페스티벌 등 다양한 전시‧강연‧출판 프로그램을 진행해나가고 있다. 


이와 관련, 홍 이사장은 “작가들이 전시회를 열려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활동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회당 수백에서 수천만 원까지 돈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협동조합 시옷 창립의 직접적 이유는 단순하다”며 “작가들이 좀 더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이런 ‘재미’가 발휘되려면 생산자와 소비자 관계가 지금보다는 조금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합 활동을 통해 ‘예술이 무겁고 진지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 가볍게 존재해 쉽게 눈에 뜨이고 언제든 만질 수 있는 친근한 존재’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는 그다.

 

작가큐레이터컬렉터 등 다양한 인적구성

저작권 대행 및 철학 강조 교육 등 주목

 

이에 홍 이사장은 그간 전시‧출판을 위주로 한 사진예술업계에 근본적인 변화의 계기를 제공, 저변 확대를 도모하겠다며 조합의 4가지 역점사업을 소개했다. 


현재 조합은 작가는 물론 큐레이터‧컬렉터‧업계종사자 등 다양한 인적 구성을 갖춰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현재 약 35명 규모에서 연말 100명 대로 몸집도 키워나가겠다는 각오다.


먼저 기성 잡지와 차별화한 ‘사진잡지 발간’을 구상 중이다. 이는 이른바 ‘굴러다니는 잡지’로, 더 발랄하고 더 친근한 휴대용 잡지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4X6판 크기 소형 제작될 예정으로, 사진애호가들의 주머니나 가방에 위치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인다.


올 연말쯤 출간될 이번 잡지는 20~30대 편집장 채용을 통해 기존 정형화된 유형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롭고 감각적인 사진잡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간별 고려는 하지 않고 있으며, 부정기 간행물 ‘무크’ 형태로 대략 6개월 주기 발간을 계획 중이다. 


홍 이사장은 “여기에는 사진은 물론 문학‧여행‧책‧패션 등 취미 관련 콘텐츠도 포함될 것”이라며 “인문학과 사진과의 관계를 지금보다 가까이 재조성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술상점 운영’으로 사진 영역을 넓히고 관람객 접근 문턱을 낮춘다. 가방이나 티셔츠, 머그컵 등 소품‧굿즈에 작품을 담아 온라인 방식 위주로 소비자 판매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홍보효과는 큰 아트포스터 판매 계획도 수립한 상태다.


홍 이사장은 “조명이 갖춰진 정갈한 벽이 아니라도 사진은 존재할 수 있다”면서 “책상 위 작은 액자로, 가벼운 포스터패널로, 손 닿는 어디든 사진은 감상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이사장은 4가지 차별화된 역점사업 추진으로 사진업계 변화의 바람을 예고했다. ⓒ 변성진 작가

특히 작가들에게 민감한 ‘저작권 관련 대행서비스’도 도입‧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디지털시대 도래로 사진작품의 유통구조는 기존 인화지‧액자 형태의 거래에서 ‘파일’ 판매‧대여 방식으로 크게 변화된 가운데 최근 무단복제 등 문제점이 발견되자 작가들이 개별 행동에 나섰고, 조합은 이에 대한 비효율적‧소모적 양상을 목격해왔다고 한다. 


홍 이사장은 “저작권 대행서비스가 시행되면 작가 개별적 생각들을 모아 이들의 권익을 대행하는 한편 소비자들에게도 편리한 이용을 제공할 수 있다”며 “특히 호텔 등 숙박시설에서 여러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고자 할 때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객실 등 주기적 교체 필요성이 높은 숙박시설에 대량 작품대여가 이뤄지는 경우 개별 작가들은 저작권 관련 복잡한 절차 등으로부터 한층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홍 이사장은 ‘차별화된 교육’을 강조한다. 기존 도제식 교육과 촬영기술 위주 강의 등을 뛰어넘어 새로운 커리큘럼으로 무장한 교육방식을 제안한다.


이에 홍 이사장은 “모두가 가진 스마트폰에서 사진촬영은 주요 기능 중 하나로, 이제 누구나 사진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면서도 “그러나 인류가 문자를 사용한다고 모두 문학가가 아니듯 사진가가 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재능과 기술, 철학 등을 가져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스승으로부터 전수받은 똑같은 방식의 사진기술을 앞세워 결국 창의성을 구현해내지 못한 채 생산된 천편일률적인 작품만으로는 관람객에 그 어떤 감동을 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교육의 등장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홍 이사장은 사진작가의 ‘철학’을 강조한다. 촬영기법 등 기술적 능력은 물론 사진 관련 자신만의 관점이나 가치관, 역사 인식 등 인문학적 소양을 포함한 의미다. 


홍 이사장은 “그간 작가들 각자 운영하던 기존 강좌를 한 곳에 모아 통합 커리큘럼을 짜내겠다”며 “사진 관련 개념에서 장비, 기술, 철학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과정을 만들어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기획 면에서도 이른바 ‘포토페스타’ 구현을 위한 방안 마련에 방점을 찍고 있다. 사진을 매개로 남녀노소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종합 축제를 강조하고 있다. 올 가을 코로나 국면이 진정될 경우 헤이리예술마을에서의 사진축제가 기획된 상태다.

 

오래된 예술분야 벤치마킹 통해 경험 배워야

짧은 역사=무한한 잠재력긍정적 사고 전환

 

홍 이사장은 “제가 감히 우리 사진업계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사진이 조금 더 발랄해지고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것”이라고 했다. 


관람객의 사랑과 관심으로 작가 스스로 비로소 ‘흥과 재미’를 북돋울 수 있게 되고, 이를 원동력 삼은 시장도 두터워져 결국 우리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다. 


이런 홍 이사장 특유의 긍정적 관점은 ‘한국 사진의 미래’를 바라보는 영역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업계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 ‘과제의 해소’라는 새로운 사고 전환을 가감없이 풀어낸다. 


이에 홍 이사장은 “우리사회에서 사진이라는 장르는 다른 예술분야에 비해 역사가 짧아 상대적으로 미숙할 수 있다”면서도 “역으로 (사진이) 젊은 분야라 생각할 수도 있다. 앞선 다른 예술이 발전해온 경험에 우리가 무임승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예를 들어 미술시장의 과거를 우리가 학습한다면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며 “젊다는 것은 그만큼 무한한 잠재력을 내재했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홍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사진협동조합 시옷은 지난 2월 25일 설립 등기를 마친 신설 영리법인으로 사진업 관련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등 후원을 받아 작가소환프로젝트 ‘PRESENT, 현재를 꺼내다’ 전시로 오랜 기간 ‘떴다방사진전’을 진행 중이며, 김홍희 작가 등이 참여하는 ‘착한사진은 버려라 500인 사진전’도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역점사업 추진 중인 첫 번째 아트상품 제작이 현재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이사장은 “우리는 ‘사진의 즐거움’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전하고자 한다”며 “향후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 사진 경계의 턱을 낮추고 접점을 확장해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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