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치부되는 4대강 사업이 뿌리째 부인될 위기에 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6월 1일 4대강 보를 상시개방하고 4대강 사업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감사에 착수할 것을 22일 지시한 것이다. 감사 결과에 따라선 ‘대표적 정경 유착 부패 시리즈’로 드러날 수 있는 폭발력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수해예방, 수자원 확보, 수질개선, 수변복합 공간 조성, 지역 발전 등의 목적을 내세우며 무려 22조여원이나 투입한 사업이다.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에 16개 보를 설치하고 강 유역에 댐을 만드는가 하면, 강 상·하류를 연결하는 길이 1728㎞의 자전거길을 조성했다. 친환경 대하천 정비라는 이 사업은 그러나 당초의 취지와는 정 반대로 갔다. 지금 4대강은 수질 및 수생태가 꾸준히 악화돼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된 처지다.
문 대통령의 4대강 감사 지시는 국민 혈세로 만든 4대강의 대형 보 등을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기에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하겠다. 4대강은 수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비판받아오던 터다. 4대강 사업으로 해양 질서를 파괴한 보를 완전히 철거하기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정도 걸릴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완료된 후 하천이 아닌 호소(湖沼)와 같이 변했고 물고기 폐사사건, 녹조현상도 매년 반복되고 있다. 아울러 하천 생태계 복원을 위해 보 갑문을 상시 개방해 유속을 늘리고 이용률이 낮은 주변 레제시설은 이전 상태로 복원해야 한다. 금강의 경우 강바닥엔 퇴적물이 급격히 쌓이고 호수에 사는 큰빗이끼벌레, 실지렁이, 붉은깔다구 등이 급증했다.
이 같은 현상은 금강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녹조현상은 낙동강, 영산강 등에서 더욱 광범위하게 나타나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녹조는 물의 용존산소량을 줄여 물고기 떼죽음 등 수생생물들을 위협한다. 녹조 피해가 가장 심각한 낙동강 유역의 환경단체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보 개방을 촉구하고 있다.
주목되는 바는 4대강 사업이 어족자원의 위기,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공사 과정에서 발주 및 입찰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이제라도 정책감사를 통해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겠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선택이기에 국민들의 지지가 있다고 하겠다.
깨끗한 4대강으로 돌아오는데 수십 년이 걸릴지라도 미래세대에 살기 좋은 환경을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특히 정책감사에서 4대강에 대한 부정비리가 드러나게 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구석구석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급한 대한민국이잖은가.
예비타당성조사도 없이 무법적으로 추진되다보니 4대강 사업 목표로 내건 홍수조절, 수자원확보, 생태 살리기, 관광활성화 등은 허공에 뜬 지 오래인 것이다. 설상가상 해마다 관리비 명목으로 2000여억 원이 투입되고 있다. 썩어가는 강물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서 4대강 보를 방치할 이유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문 대통령이 민관합동 조사·평가단을 꾸려 내년 말까지 보 유지 및 철거 대상을 선정하겠다는 것은 수질 오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물 관리 조직 일원화도 일관된 수자원 정책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개발시대의 망령’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성장만 중시하는 바람에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는 관심 밖에 놓였다. 이번 기회에 물 관리 조직 일원화를 이뤄 수자원 보전과 수질 개선 등 종합적 물 관리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또한 4대강을 살려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돈벌이 담합에 더 이상 우리 국민의 건강을, 나라 땅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본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더 이상 국민 혈세를 낭비하면서 국민 건강마저 위협하는 국책사업을 벌여선 안 된다는 교훈을 삼는 기회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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