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홍미자
식탁의 습성
시인 홍미자
네발 달린 종족의 비애는 날개가 퇴화된 거죠
삐걱삐걱 겨드랑이가 간지러워 한 번씩 울어요
멀미가 잦아들어 수평이 될 때까지
날고 싶을 땐 체크무늬 식탁보를 펼쳤죠
화병인 듯 넘어져 강화유리를 뚫고 할퀴어 댈까 봐
우리는 식사 내내 바닥만 내려다봤죠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일은 이제 진부해졌어요
침묵이 팽팽할수록 환해지는 우리의 소통
하루 세 번 만나자던 약속도 저버린 지 오래죠
갈아 끼운 LED 조명은 너무 밝군요
숨겨 둔 말들이 튀어나오면 오해가 싹틀지 몰라
서둘러 수저를 내려놓고 모서리로 달아나는 그림자들
두 발을 번쩍 들어 올리면 한번은 날아오를까
기우뚱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파탄의 징후
식탁이 꽃병을 벗어던지는 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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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약력 1960년 대전 출생. 《내일을 여는 작가》 2018년 신인상 등단. 시집 『혼잣말이 저 혼자』(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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