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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주도의 GTX 공사 사업이 각종 악재에 부딪히며 난항을 겪고 있다.(사진=뉴시스)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지하 40m 이하 대심도(大深度)에 건설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이하 GTX) 관련 사업을 둘러싸고 정부의 졸속 추진을 질타하는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사업 구상 발표 직후부터 ‘부동산 시장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GTX-B 구간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 탈락에 따른 반발 등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철도 안전성 검증 문제다.
정부 해명에도 GTX 노선 통과가 예정된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안전 문제를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대심도에 들어서는 만큼 지하 암반의 안정성 문제에 따른 붕괴나 소음, 화재, 지진 등 주거환경 침해가 예상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주민설명회나 공청회 등을 통해 ‘안전성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극심한 주민 반발에 설명회 등 자체가 파행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 편익 증대를 위한 사업이란 측면에서 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채 자칫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 대규모 국가적 사업인 만큼 정권 차원의 심각한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 편집자 주
‘부동산시장 교란’ 지적 이어 예타면제 탈락 반발 사업 출발점인 GTX-A 구간부터 난항 거듭해 |
정부가 추진 중인 GTX 사업 추진의 핵심은 수도권 교통시간 단축을 통한 지역의 균형적 발전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GTX-A 구간과 B, C 구간 등 총 3개 노선을 마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GTX-A 구간은 동탄에서 출발해 파주 운정까지 총연장 83.1km를 운행하는 노선으로, 총 사업비는 2조9,017억 원 규모로서, 이미 착공한 상태다.
정부는 A 노선 개통으로 향후 경기~서울 통근시간이 동탄~삼성은 77분에서 19분, 일산~서울역은 52분에서 14분으로 각각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 구간은 인천 송도에서 출발, 남양주 마석까지 총연장 80.1km를 운행하는 노선으로, 최근 예타 면제 대상에서 탈락했다. 다만 3기 신도시 계획에 포함된 남양주 왕숙 지구에 연결되면서 사업 자체의 통과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리고 C 구간은 경기 양주(덕정역)에서 경기 수원역까지 총연장 74.2km를 운행하는 노선으로, 지난해 예타 조사를 통과했다. 오는 2021년 착공해 2026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출발 주자인 GTX-A 구간 사업이 최근 첫 삽을 뜬 가운데, 예상치 못한 난항으로 정부 부침은 거듭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미 10여 년 동안 표류해온 사업에 정부가 ‘조급증’을 나타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깊어지고 있다. 더구나 정부로서는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사실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안전성 문제를 우려한 지역주민 반발과 함께 박원순 서울시장의 광화문 역사 추가 계획을 둘러싼 정치 쟁점화 등 사업의 출발 구간부터 삐걱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는 지역 주민들의 안전성 문제 제기를 해소하기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었으나, 이 구간에 포함된 서울 강남권 일부 주민들이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등 크게 반발하면서 끝내 파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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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TX-B 구간의 경우 이번 예타 면제 대상에서 제외, 위기감이 커진 상태다.(사진=뉴시스) |
설명회 개최조차 하지 못한 채 마무리된 당시 ‘안전’ 문제와 관련, 지역민들은 한강 지역 인근 지반의 불안정성을 강조한 반면, 정부는 첨단공법 활용을 통한 극복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노선 변경’ 입장 역시 정부와 지역 주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 이외에도 용산, 파주 교하 등 A 노선이 지나는 지역 주민들은 안전과 공사 소음 및 진동 피해를 우려해 각종 시위‧집회 등을 통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A 노선 광화문역 추가 설치 사안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의 힘겨루기도 이어지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달 21일 ‘새로운 광화문광장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당시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청까지 연결된 지하공간을 활용, GTX-A 광화문역을 신설할 것이며, 역사 설치를 위한 타당성 조사를 포함해 기본계획 수립 예산까지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비 부담 주체를 두고 양측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광역철도 사업인 만큼 정부가 비용의 절반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토부는 사업비 전액은 물론 운영 손실에 따른 보전 약속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불협화음에 GTX A 노선 건설 자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착공에 들어간 GTX A노선은 약 2~3개월 뒤 실제 공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굴착 허가 등 공사 관련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A 노선의 서울 지역 공사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같은 박 시장 행보에 대해 일부 야당 등 정치권에서 비난에 나서는 등 정치쟁점화로 번진 점 역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민사회, “민간기업 퍼주기-환경 파괴” 반발 강남권 일부 주민, 노선변경 요구 등 강력 반대 |
시민사회에서도 GTX 사업 추진에 따른 민간기업 퍼주기와 환경파괴 등을 문제 삼아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최근 발표한 예타 면제 사업을 두고 ‘무분별한 민자 사업 추진에 따른 혈세 낭비’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A 노선 사업의 경우 운영 적자를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는 형식의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신한은행 컨소시엄이 선정돼 사업이 추진 중인 상태다.
경실련은 “이미 착공된 GTX-A의 경우 수익성 증대를 위해 국립공원 하부를 관통해야 할 형국”이라며 “결국 시민들은 금전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장기간 막대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실련은 BTO 방식과 관련해 운영 단계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정부가 일정부분 책임을 분담, 결국 민간에 특혜를 주기 위해 도입됐다는 점을 이유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한국환경회의 등 다수 환경단체들은 GTX-A 사업 추진을 정부의 졸속행정으로 규정짓는 한편, 환경영향평가 과정의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고 있다.
이들 환경단체는 “GTX-A노선은 북한산국립공원을 관통할 뿐 아니라 차량기지 계획지역의 경우 무려 36종의 법정 보호종이 서식하는 일원”이라며 “도심을 포함한 총 24개의 환기구가 설치되는 등 환경 영향에 있어 대대적인 민원이 예상되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지역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국토부와 환경부가 짬짜미로 나서 환경영향평가를 밀실행정으로 일괄 처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단체들은 A 노선 사업의 환경 파괴 등을 이유로 한 감사원 감사 청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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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TX 사업의 성공 여부는 안전을 우려한 국민 설득에 달려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사진=뉴시스) |
일각에서는 정부는 물론, 정치권 일부에서 자신들의 이권이 결부된 인사들이 나서 비정상적으로 사업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는 내용의 의혹마저 불거진 상태다.
게다가 GTX 사업 추진으로 부동산 시장 교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는 여전히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계획과 GTX 사업의 밀접한 관계성에 대해선 관련업계에서 이론이 없는 가운데, 결국 GTX는 3기 신도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거론된다.
이미 정부의 3기 신도시 지정 지역의 지가 상승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GTX 구간 포함 지역 역시 마찬가지로 전망된 상황에서 차익을 노린 기획부동산 등의 시장 교란에 대비해 정부 차원의 대응책 마련도 시급해졌다.
실제 부동산 업계에서는 GTX-3기 신도시 사업 등에 따른 지가 상승을 노린 투기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정부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 교란과는 별개로 GTX 사업이 지체되면 3기 신도시 사업 역시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수도권 배제 원칙으로 예타 면제 대상에서 GTX-B 사업이 탈락했다는 점도 사업 지체 우려를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GTX 사업에서 먹구름이 드리워진 가운데, 3기 신도시 지정 지역의 주민들 반발 역시 큰 상황이다. ‘갈 곳이 없다’며 공공주택지구 지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이들 주민에 대해 설득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보상금 지급 문제가 또 다른 난제로 꼽히고 있다.
정부의 수용 대상지역으로 거론된 과천‧남양주‧인천 계양 주민들은 오는 26일 대규모 연대 집회를 계획하는 등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안전 우려한 ‘여론’…설득 여부가 성공 관건 기획부동산 횡행 등 ‘시장 교란’ 대안 마련 시급 |
이처럼 GTX 사업 추진과 관련한 성공적 요건은 결국 ‘안전’을 우려한 여론 설득에 있다.
정부는 최근 “산‧학‧연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첨단공법을 활용한 설계’로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주민들이 제기한 안전 문제를 포함한 소음‧진동 우려에 대한 대안으로 풀이된다.
지반 굴착시 차수성능 향상을 위한 보강기술이나 지반 변위를 최소화하는 굴착공법 개발 등을 통해 공사에 따른 함몰 우려를 불식할 수 있으며, 최신 발파공법을 총동원해 최대 58% 수준의 진동 감소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건설현장의 암반 상태, 작업 여건 등에 따라 최신 기술 공법을 적절히 활용하게 되면 주민 안전 확보에 별 무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수도권 지역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이 단축은 물론, 미세먼지‧소음‧진동 감소, 녹지‧여가 공간 확보, 도시재생 촉진 등 안전성 확보 이외에 다양한 편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KDI에 따르면 GTX-A 노선의 경우 시간당 최소 1만2,000명~1만7,000명 수준의 수송력이 전망됐다. 이른바 ‘지옥철’이라 불리는 출퇴근 교통대란을 일거에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일정 부분 수도권 교통과밀의 대안으로 적절하다는 점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이 없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GTX 사업이 수도권 일대 광역교통망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란 점은 분명하지만, 그 성공 여부는 반드시 국민 의견 수렴 등 민주주의 절차를 존중한 기반 위에 성립해야만 하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행정학 전공 대학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정부가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국민들에게 절대 조급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며 “GTX 사업과 관련된 반발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되며, 설명회가 무산됐다면 공청회 등 이미 마련된 법적 장치를 통한 주민 대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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