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야기꾼‘ 독립작업자 김경진 편
내게 주어진 본질 거스르지 않고 물처럼 사는 삶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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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진 작가. |
[세계로컬타임즈 변성진 작가] 예술은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작품전시가 개최되고 있으며, 수많은 작업자가 자신의 작품을 탄생 시키기 위해 내적 외적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관람객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작가의 작업 결과물인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갤러리에서 작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기 전에는 완벽한 소통이 아닌 순간의 감성 소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사진작가 변성진의 <예술가, 그게 뭔데?>는 이런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갈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예술을 위해 자신의 삶을 사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작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예술이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등 예술가 이야기를 군더더기없는 질의·응답 형식으로 들어봤다.
관련 릴레이 인터뷰 중 첫 번째로, 다원작업자이자 독립작업자로 불리는 김경진 작가를 소개한다.
Q: 자신을 소개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때로는 글로, 때로는 그림으로, 때로는 사진으로, 때로는 몸짓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독립작업자 경진이라고 합니다. 영화과를 졸업해서 영상을 제작하는 프로덕션에서 일을 했고, 프리랜서 영상제작자로 이렇게 남의 일만 의뢰받아서 하다가는 평생 내가 원하는 작업은 하지 못하겠다 싶어 조금 더 나다운 작업을 위해 지금은 아트모델 일과 개인 작업을 병행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그간 자신을 스스로 예술가로 부르는 대신, 작업자라고 부르며 활동해 왔습니다. 제가 하는 모든 것들은 모든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은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예술이라고 하면 왠지 전문적이어야 할 것 같고, 일반적이지 않아야 할 것 같고, 생활과 동떨어져야 할 것 같고, 특별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저의 손을 잡길 주저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제 자신을 그렇게 정체화하고 있습니다.
제가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사람과 사람의 모임, 그 안에서 발생하는 사건들과 감정이며, 저는 모임을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모임 안에 섞여 있는 사람이기를 바라며 작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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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nection(digital print, 90x126, 2022) ⓒ김경진 |
Q: 작업 또는 활동 사항이 궁금합니다.
A: 지난 2016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아트모델 및 퍼포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후 2017년 11월 누드아트 퍼포먼스 ‘폴리페몬 브레이크’에 기획 참여 및 출연했으며, 2019년 6월부터 지금까지 웹진 ‘쪽’에 에세이 ‘온전히 생존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2019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경기문화재단 산하 ‘다사리문화기획학교 6기’ 과정을 수료한 데 이어 2019년 8월~2020년 1월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아르코 크리에이터 1기’ 과정도 마쳤습니다.
2019년 10월에는 청년허브,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동시 지원 강연인 ‘우리 옆에, 페미니스트 – 나의 몸, 나의 역사, 그리고 일상’에 참여했고, 그해 12월 경기문화재단이 지원하는 ‘일시적 여성집단 예술 행동, 릴리스’ 기획과 실행 총괄 및 참여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2020년 7월 노량진 수산시장 아카이빙 단체전 ‘노량진: 터, 도시, 사람’ 기획과 실행 및 전시에 참여했으며, 같은 시기 즉흥 움직임 퍼포먼스인 ‘여기에 사람이 있다’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4월~5월 기간 회화 개인전 ‘잘 지내고 계신가요?’에 기획 보조 및 전시 등을 진행했습니다. 이외에 각종 시각적 이미지(사진·영상·회화)언어, 신체 언어, 글쓰기를 기반한 상업적·비상업적 창작 활동을 꾸준히 펼쳐가고 있습니다.
Q: 지금 하는 일들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의미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작업 및 프로젝트를 하나 실행할 때마다 의도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굳이 의미를 따지자면 ‘나답게 살기’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간 스스로가 자신을 온전히 감당하는 삶, 나에게 주어진 본질을 침범당하지 않는 삶을 계획해왔는데, 그게 자신을 독립작업자로 정체화하면서 가능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저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곁에 남아서, 그것 또한 행복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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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량진(UV print, 158x105, 2020) ⓒ김경진 |
Q: 추구하는 작업 방향 또는 스타일.
A: 제 작업은 굳이 따지자면 제가 가진 의제를 타인으로 확장시키는 공감대·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한 수행에 가깝습니다. 커뮤니티 아트라고도 할 수 있고, 다원 예술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가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사람과 사람의 모임, 그 안에서 발생하는 사건들과 감정이기 때문에 특별히 수단을 가리지는 않습니다. ‘이 사람들을 만날 때는 이러한 방법이 적절하겠다’라고 나름대로 판단하고, 그 판단을 기반으로 잘 수행하기 위한 기획의 과정을 거칩니다.
Q: 영향을 받은 작가 또는 작품이 있다면.
A: 작업을 이것저것 많이 보러 다니기는 하는데, 작가나 작품보다는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사건들, 내 주변이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슈들에서 작업 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다른 작가분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예술이란.
A: 예술은 다루기 힘든 아기 같아요. 아무리 고민해도 정확히 내 의도대로 나오는 경우도 잘 없고, 오히려 내 의도보다 더 좋게 나오는 때도 있는 예측불허의 아기요. 그런데 아기가 아주 착해서, 사람들을 위로하고 연결하는 밧줄이 돼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예술’이라는 거대 담론보다는 저의 예술관에 가까운 이야기가 돼버렸네요.
Q: 앞으로의 계획은.
A: 앞으로도 몸이 허락하는 만큼 아트모델 일을 할 거고, 그런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작업 거리를 길어 올리며 살게 되겠지요. 내년 2월에는 연이 닿아 제주도에 있는 예술인 레지던시에 갑니다. 거기에서는 소리와 설치를 기반으로 한 작업을 하려고 기획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수단이나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 작업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Q: 마지막 질문이네요.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젊은 작업자에게는 고집이 필요하다.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제안하는 것을 망설이지 말아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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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nection(Pigment print, 30x42, 2022) ⓒ김경진 |
[인터뷰: 변성진 작가/ 자료제공: 김경진 작가/ 편집: 김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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