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컬신문 김수진 기자]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국회의원이 지방의회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지방의회법’ 제장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방의회의 법적 지위를 확보하자는 것이 핵심 취지다. 법안에는 정책지원 전문인력 확보,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자치조직원 강화, 자치입법권 강화, 지방의회 예산편성 자율화, 인사청문회 도입, 교섭단체 운영 및 지원체계 마련이 담겨있다.
사실 지방의회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특히 시민과 현장에서 부딪히는 기초·광역단체의원들은 의회법 제정을 통해 지방분권이 현실화하는 초석을 닦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광주광역시의회가 “현행 헌법이 지자방치에 대해 단 두 조문만을 규정하고 있어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일이 요원하다”며 지방분권형 개헌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방의회법 제정 필요성을 오래 전부터 강조하며 법 제정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김광수 전 서울시의원은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며 “지방의회 위상 강화는 곧 시민권한 강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지방의회법 제정이 지금 왜 필요한가?
“‘지방분권은 국가 경쟁력’이라고 지난해 3월 국회에서 열린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 대토론회’에서 강조한 바 있다. 올바른 지방자치는 지방 스스로가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지방의 사무를 자주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지역발전과 주민복리를 증진시킬 수 있다. 또 나아가 국가발전까지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지방에 충분한 권한이 부여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지방은 지역문제조차 제도로 해결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분권은 올바른 지방자치를 위한 필연적 국면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경쟁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현실에서의 지방자치는 아직까지 어린아이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재원과 사무권한을 중앙정부가 대부분 갖고 있고 지방은 국회나 중앙정부에 의해 부여된 제한적 권한을 수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국회토론회 당시 핵심의제였던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회 소관상임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의 법안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만 봐도 지방이 권한을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지방분권은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선결과제이자 지역발전과 국가발전의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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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지방의회법 제정 공청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의회> |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이유에 법안 부재가 원인이라는 주장인가?
“사실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지방자치는 주민대표기관이자 최고의결기관인 지방의회와 지방사무를 총괄하는 지방정부가 상호 독립성과 균형을 갖추고 함께 이끌어나갈 때 비로소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지방의회와 지방정부는 시민들의 다양한 의사를 반영해 지방의 발전을 도모하는 지방자치의 쌍두마차기 때문이다.
지역수준에서 보면 지방의회는 또 다른 이중고에 놓인다. 중앙정부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짜여진 프레임은 ‘강시장·약의회’ 구조를 오랫동안 고착화시켰고 지방의회는 지방정부의 부수적 기관으로서의 권한만 부여돼 왔기 때문에 주민 대표기구로서 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웠다. 이게 오늘날 지방의회의 현실이다.
현실적으로 지방의회는 국회와 중앙정부의 허락 없이 스스로 조직과 운영방식을 바꾸거나 확대해나갈 수 없다. 심지어 지방정부의 눈치마저 봐야하는 입장이다. 지방의회는 상임위원회의 수도, 전문위원 1인도 마음대로 증원할 수 없고 임명권도 없다. 역설적이지만 지방자치법이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방의회에 권한이 부여되면 지방의회를 방만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불신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시민이 선택한 우리 지방의회 의원들의 양심과 역량을 불신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방분권을 추진할 때 중앙과 지방과의 수평적 권한관계도 중요하지만 지방의회와 지방정부와의 균형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지방의회법이 지니는 가치는?
“‘지방의회법’은 지방의회 위상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지방의회 기본법이다.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의 획을 그을 만큼 매우 상징적이고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잃어버린 지방의회의 법적 지위를 회복하고 올곧이 지방의회만을 위한 가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간 지방의회는 위상강화와 권한 확보를 위해 오랜 시간 수많은 노력과 활동을 진행해왔지만 기존 법령 틀 안에서 관련 법령개정 촉구 및 건의안, 결의대회 같은 소극적인 대응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국회 또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주도적인 입장에서 설득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방의회법은 기존 법령 틀을 깨고 지방의회가 스스로 새로운 지방의회의 법적 지위를 구상하고 독립 법률안을 마련해 법안 발의까지 추진한 전국 지방의회 최초의 사례라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지방의회가 스스로 위상확립을 추구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했고 아래로부터의 입법을 실천했다고 본다. 위상강화와 독립성, 자율성 확보라는 핵심과제를 법 안에 모두 담아냈다고 본다.
지방의회법은 현행 ‘지방자치법’ 제 5장에 규정돼 있는 지방의회 관련 내용을 기초로 ‘서울특별시의회 기본조례’ ‘서울특별시의회 회의규칙’에 규정돼 있는 지방의회 운영 및 구성 등에 관한 기본조항을 ‘국회법’에 맞춰 구성한 것이다. 지방의회 핵심과제까지 새롭게 추가한 독립된 지방의회 기본법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방분권’을 국정과제로 두고 실현하려 노력 중이다. 지방의회법이 실효성 있는 지방분권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나?
“아주 크게 도움될 거라 생각한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 최대 이슈로 ‘지방분권’이 손꼽힌다. 이미 문 대통령은 수차례 걸쳐 지방분권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관련 개헌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회도 다소 이견이 존재하긴 하지만 헌법 개정 필요성과 지방분권을 주요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 미래는 지방분권에 달려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 지방분권을 이뤄낼 것이냐는 문제다. 지방분권은 올바른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방이 충분한 권한을 가져야 하며 지방의회와 지방정부가 상호 독립성과 균형을 갖출 수 있도록 이뤄져야 한다.
지방의회법이 제정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국회와 중앙정부에 대한 설득은 필요하다. 실타래처럼 엮인 정치적 이해관계를 풀어야 하고 지방의회에 부정적인 여론을 비롯해 시민들의 이해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올바른 지방자치 의미와 한국 미래 성장동력인 ‘자치와 분권’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지방의회의 위상확립을 목적으로 하는 지방의회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조속히 법률로 제정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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