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대형마트 이어 면세점도 공급 중단…궐련형은 신제품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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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한 편의점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세계로컬타임즈 임현지 기자] 액상 전자담배가 편의점은 물론 면세점까지 공급 중단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유통업계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쥴랩스 등 관련 업계는 국내 시판 중인 제품이 폐 질환과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가 유해성 결과를 발표하는 내년 상반기 전 까진 판매에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KT&G는 다시 노선을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탔다. 궐련형 디바이스 ‘릴’ 전용 담배인 ‘핏’ 5종을 리뉴얼 출시하면서다. 한국필립모리스 역시 신제품을 발표하며 액상 전자담배가 떠난 빈자리를 꿰찰 준비를 하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업계에 이어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신세계면세점·현대백화점면세점 등 면세점 4사도 액상 전자담배 공급 중단에 나섰다.
■ 사실상 시장에서는 판매 중단 수순
롯데면세점은 쥴랩스·시드 툰드라·픽스·비엔토 등 12종을, 신라면세점은 쥴랩스와 시드툰드라 등 5종, 신세계면세점은 쥴 3종과 과 시드 툰드라 등4종,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시드툰드라의 신규 발주를 중단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가향 액상 전자담배와 관련한 논의를 지속해 조만간 협의가 이뤄지는 대로 남아있는 재고 판매도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 23일 정부가 액상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 권고한데 따른 결과다. 앞서 미국에서 액상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해 폐 손상 및 사망사례가 발생했으며, 국내에서도 30대 남자가 관련 폐 질환으로 입원한 사례가 알려진 바 있다.
가장 먼저 GS25가 액상 전자담배에 대한 판매 또는 공급을 중단했으며 이어 CU·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도 동참의 뜻을 밝혔다. 이마트와 삐에로쇼핑, 일렉트로마트도 비엔토 7개 제품과 릴렉스 2개 제품 판매를 잠시 멈추기로 하면서 당분간 유통 판매점에서 액상 전자담배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편의점 판매가 70%를 차지하는 쥴랩스는 유통업계의 칼 같은 조치에 한국 상륙 6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번 권고로 인해 국내에 론칭 한 제품 5종 중 3종의 판매가 중단된 상황이다. 현재 미국에서도 쥴이 청소년 흡연율에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이 판매를 중단해 대내외적으로 악재인 상황이다.
쥴 랩스 코리아 관계자는 “미국 질병관리본부(CDC)가 발표한 폐 질환 발병의 원인 물질은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와 비타민 E 화합물”이라며 “당사 제품에는 THC는 물론 대마초에서 추출된 어떠한 화학성분이나 비타민 E 화합물이 일절 포함되지 않았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액상 전자담배 수입판매 업체와 사용자 등으로 구성된 한국전자담배협회 역시 정부의 액상 전자담배 사용중지 권고 조치에 유감을 드러냈다.
전자담배협회는 “뉴잉글랜드 비영리 의학센터 연구팀에서 ‘전자담배로 인한 환자 중 합법적인 전자담배 사용자는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라며 “이는 불법 약물을 사용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 ‘세수 확보가 목적 아니냐’ 의혹까지 제기
소비자들도 유해성이 검증되기 전에 판매 중단부터 권고하는 정부의 조치에 불만을 표시했다. 청와대 신문고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부의 강력 지시가 지나치다는 글이 하나둘씩 게시되고 있다.
한 청원인은 “전자담배가 문제가 된다는 근거자료들은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판매금지는 현실적 대안이 아니다”라며 “전자담배 업을 생계로 하고 있는 소상공인과 전자담배를 피우며 금연을 영위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범죄인화 시키지 말아 달라”라고 꼬집었다.
이어 “액상에 대한 세금을 부과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강력 지시의 주 논점 아니냐”라며 세수 확보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은 지난 28일 진행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도 등장했다.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이날 “액상형 전자담배 애호가들은 미국의 전자담배와 우리나라의 전자담배가 다른데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중단을 권고했다고 주장한다”라고 지적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에 대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국내 제품과는 성분에서 차이가 있음에도 폐 질환 환자가 나와 강력히 권고하게 됐다”라며 “가습기 살균제라는 참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빨리 유해성을 검증하되, 그전에도 국민에 경고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었기에 사용 중단 권고 발표를 했다”라고 답했다.
■ 다시 대안은 궐련형?…신제품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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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필립모리스의 신제품 ‘아이코스3 듀오’ 4종(위), KT&G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전용 담배인 ‘핏’ 신제품. (사진=한국필립모리스, KT&G 제공) |
액상 전자담배가 떠난 빈자리에 다시 궐련형 전자담배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맛은 유사하지만 연기와 인체 유해성은 적다는 것을 강조하며 담배의 대체제품으로 소개된 바 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재충전 할 필요 없이 연속 2회 사용이 가능한 ‘아이코스3 듀오’를 출시했다. 이전부터 출시 계획은 있었지만 액상 전자담배 시장이 혼란한 틈을 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객 유치를 위해 기존 ‘아이코스2.4+’ 사용자가 재구매시 합리적인 가격에 신제품을 살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소비자들이 14일간 직접 듀오를 사용하고 난 후 구매를 결정하도록 돕는 렌털 서비스도 제공한다.
정일우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는 “액상 전자담배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판매 추이를 보면 크게 성장하지는 않았다”면서 “이번 정부 조처가 다른 제품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KT&G도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전용 담배인 ‘핏’ 5종을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리뉴얼 제품을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액상 전자담배 퇴출로 발생한 손해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제품 리뉴얼뿐 아니라 릴 제품을 전용으로 판매하는 ‘릴 미니멀리움’도 신규점을 오픈해 서비스도 강화하기로 했다. 해당 매장은 서울시 신도림역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과 충청북도 청주시의 현대백화점 충청점, 부산광역시의 현대백화점 부산점에 자리하고 있다.
BAT코리아도 연내 ‘글로 프로’ 출시를 예고해 남은 하반기 궐련형 전자담배 중심의 경쟁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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