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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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길 서울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장 |
지난 14일 민형배 의원(더불어 민주당) 등 12인이 중고자동차 가격 조사·산정을 의무화 하는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재 매수인이 원할 경우에 한 해 고지토록 규정돼 있는 사안을 매매계약 체결 전 의무적으로 고지토록 하고, 고지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고지한 경우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광고 시 자동차 가격 조사·산정에 관한 사항을 게재하게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에 처하는 규정까지 담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상품의 가격은 수요과 공급에 따라 자유롭게 정해지는 것이 당연하며, 공공재가 아닌 상품에 대해 수수료를 부담하면서까지 가격을 산정케 하고, 이를 의무적으로 소비자에게 고지하게 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자동차 가격 조사·산정 업무를 의무화하는 것은 특정 단체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 의원측이 제시한 법안 발의 배경을 보면, 중고자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신뢰를 강화하고, 허위 미끼 매물에 의한 소비자 피해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으나, 이는 중고차 가격 조사·산정과 전혀 무관하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365’, 자동차매매조합 및 연합회, 나엔카, KB차차차, K카 등 중고차 판매 사이트를 통해 중고자동차 시세가 제공되고 있으며, 소비자는 이를 활용해 적정 중고차 가격을 판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자동차의 이력, 가격 등의 내용을 거짓 또는 과장되게 광고하는 일명 허위 미끼 매물에 대한 강력한 처벌규정이 신설되어 시행되고 있고, 이러한 사항을 모니터링 하는 제도 또한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이 시행될 경우 가격 조사·산정자에게 시장이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 매입가, 상품화 비용, 고정비용 등에 이윤을 합해 판매 가격이 형성된다. 여기에 소비자 선호도, 차량의 상태, 사고유무 등이 매입가에서부터 반영돼 가격을 형성하는데, 가격 조사·산정자는 판매자가 아니기 때문에 매입가 등에 대한 정보없이 기계적인 가격을 산정하게 된다.
가령, 1,000만 원에 매입해 상품화 비용, 고정비용, 이윤을 합해 1,100만 원에 판매하기 위해 가격을 책정하고 있으나, 가격 조사·산정자가 1,000만 원으로 가격을 상정했다면, 1,100만 원을 지불하고 자동차를 구매할 소비자는 없다.
가격 조사·산정자가 1,200만 원에 산정했다면, 반대로 매매업자는 판매가격을 올려 1,200만 원에 판매하려 할 것이다. 이 경우는 중고차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된다.
이런 폐해는 아주 쉽게 예측할 수 있으며, 결국 매매업자는 매입단계부터 가격 조사·산정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시장의 가격 결정자가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원리를 벗어나는 것은 물론, 판매자가 아닌 가격 조사·산정자에게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간다는 매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이 법안은 현재 시장상황과는 동떨어져 있다. 법이 시행될 경우 시장을 혼돈에 빠트리게 할 것이 자명하고, 특정단체의 배만 불릴 것이 뻔하다. 시장과 소비자 모두에게 혹독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선 이 법안은 폐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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