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과 구제역 파동으로 불가피하게 전국적으로 실시됐던 닭이나 오리, 소, 돼지 등 가금이나 가축을 집단으로 생매장하는 전염병 예방이나 처리방식은 그 방식자체도 끔찍하기도 하였지만 사후관리에서도 큰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매몰지는 4천7백여 곳을 넘고 있으며, 지난 2011년 사상 최대의 구제역파동으로 매몰지가 늘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 매몰지는 특히 경기도에 절반(2247개소) 집중으로 분포되어 있고, 특히 지방에 따라서는 식수원인 수원지와도 인접한 곳도 있어서 경종이 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3년이면 매몰 사체가 완전히 부숙되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단했는데 현재까지도 부숙되지 않은 채 유출수가 토양을 오염시키고, 지하수로 흘러 들어가는 곳도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조류독감과 구제역 등은 아직도 현대의학이 그 병원균을 완전히 규명하지 못한 상태에 있고, 따라서 결정적인 예방법도 발견하지 못한 신종질병이다. 그래서 병이 발병하면 무조건 가축들을 생매장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는 실정인데 현재로선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오염침출수로 인해서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2년부터 FRP탱크에 살처분 가축사체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처리방법을 바꿨다.
그런데 이 신형 방식마저도 밀폐된 공간에 매몰사체가 많기 때문에 사체로부터 발생하는 고농축 침출수가 발생하여 도리어 ‘미이라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종래의 단순매몰방식보다 개선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수의학계 전문가들은“좁은 공간에 많은 사체를 저장하면 부패된 혈액, 위산, 장기 내 잔존 분뇨 등 고농도로 집적된 유출수가 발생해서 향후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가축의 질병이 인간에게로 옮겨지는 이들 신종질병은 인간의 전면적인 환경파괴와 함께 면역체계가 약화된 원인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기타 인간이 파악하지 못한 여러 원인과 경로를 통해서 전염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예민하게 대처해야 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따라서 현재의 사체처리방식이 완전한 것처럼 안주해서도 안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고 대처하지도 못할 괴질이 발생할 우려도 없지 않다. 관계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항상 선제적으로 이들 인간과 가축이 공동으로 걸리는 질병에 대한 연구와 예방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다.
특히 비가 많이 오면 유출수가 모든 지하수를 오염시켜 결국 오염지역이 점차 확산될 염려가 있다. 관계전문가들은“현존하는 매몰지와 저장조를 미생물 발효, 소각, 렌더링 등의 공법으로 소멸시키는 것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제정된 규제로 인해 3년간은 손을 댈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매몰지와 저장조를 유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들 가축사체에 대해서 생매장 방법보다는 소각하는 방법의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 물론 소각에 따른 비용문제와 소각시설의 설치 등 문제점도 있겠지만 이러한 질병들이 많이 발생할 것에 대비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결국 무엇보다도 질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가축의 질병이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축을 무지막지하게 생매장하는 방법은 생물권을 보장하는 입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생물권이나 동물권은 인간이 보호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입장에서 휴머니즘과도 연결되는 문제이다. 애완동물에게만 권리를 줄 것이 아니라 가축에게도 죽을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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