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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근로감독 무용론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사진=뉴시스)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지난 서부발전 하청업체 직원 김용균 씨 사망 사고에 여론 공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시 현대제철 당진공장서 50대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 이른바 ‘김용균 법’이 국회 문턱을 넘은 지 불과 두 달 만에 발생한 또 다른 참사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이 고 김용균 씨 유족을 만나 위로하며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을 다짐한 게 사흘 전 일이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현대제철의 경우 당진공장에서만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30여 명의 노동자 사망 사고가 되풀이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대제철은 물론 대한민국 전반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에 대한 국가적 재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文 대통령, ‘안전 최우선’ 발언 3일 만…‘김용균 법’ 통과 2개월 만
21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30분께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외주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A 씨(51)가 철광석을 옮기는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고가 발생한 곳은 컨베이어 벨트의 방향을 전환하는 이른바 ‘환승탑’으로 불리는 설비로, 아파트 7~8층 높이 수준으로 알려졌다.
처음 A 씨를 발견한 직장 동료는 당시 컨베이어 벨트 정비작업 중 A 씨가 보이지 않아 주변을 찾다보니 벨트 옆에 숨진 채 쓰러져 있었다고 경찰에 밝혔다.
경찰은 A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이게 된 경위 등에 대해 당시 작업 동료를 상대로 조사 중인 상태다. A 씨는 외주업체서 약 1년 일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로, 현대제철 근무 기간은 갓 6개월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현대제철 사망 사고 역시 지난해 12월 숨진 고 김용균 씨 사례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봇물을 이룬 가운데, 지자체와 해당기업 등의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사안의 엄중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현대제철 당진공장이 들어선 충남의 양승조 도지사는 긴급 지시를 통해 사고 발생 직후 재난안전실장을 현장에 급파, 당진시와 소방서, 경찰서, 노동청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로 빠른 사고 수습을 당부했다.
아울러 당진시에 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해 상황에 종합적으로 대응토록 지시했으며, 천안노동지청에도 사고 조사 시 노조 참여를 요청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은 사고 현장에 즉각적인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죽음의 공장’ 논란…10여년 간 총 34명 사망
현대제철 역시 입장문을 내고 “관계 기관에 협조해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과 신속한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에 발생한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매번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직후 해당기업의 ‘반짝’ 사과 뒤 여론이 잠잠해지면 안전 관련 노동자 근무환경 개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정부의 기업에 대한 ‘안전’ 감독이 실효성 측면에서 사실상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이른바 ‘죽음의 공장’으로 평가된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경우 지난 2007년부터 약 10년 간 작업 중 사고로 노동자 33명이 숨진 데 이어 이번 사고로 안타까운 1명의 생명이 추가됐다.
이 공장에선 지난 2013년 5월 공장 내 보수작업을 진행하던 노동자 5명이 질식사한 데 이어 그해 11월 가스 누출로 1명이 숨졌다. 지난 2016년 11월엔 이번 사고와 유사하게 하청업체 30대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하는 등 각종 사고가 반복됐다.
이 같은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안전 사고 반복에 결국 정부가 나섰다.
지난 2017년 12월 고용노동부 산하 대전지방노동청 천안지청은 대대적인 근로감독에 나서 총 340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고, 이중 75%, 총 253건을 검찰에 넘겼다. 아울러 사용중지 명령 3건을 포함, 과태료 총 2,270만 원도 부과했다.
그러나 당국의 이런 노력에도 결국 ‘죽음의 공장’에서의 사망 사고는 1년 2개월여 만에 또 다시 되풀이 됐다. 오랜 기간 노동계에서는 사고의 근본적이며 구조적 원인 규명에 미흡했다는 등의 이유로 정부 근로감독에 비판의 수위를 꾸준히 높여왔다.
노동청 근로감독에 무용론(無用論)이 대두되는 배경이다.
특히 김용균 씨 사망 사고와 맞물려 이번 현대제철 노동자 역시 비정규직 신분인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 공분은 더욱 높아지는 모양새다.
입법 과정에서 말 많고 탈 많던 ‘김용균 법’이 통과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발생한 이번 사건에 대해 정부와 해당 기업의 향후 행보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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