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컬타임즈] 22일 오후, 수원 유스호스텔 대강당.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객석은 이른 시간부터 가득 찼다. 수원 군공항 이전과 경기통합국제공항 추진을 둘러싼 시민사회의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 ‘제5기 수원군공항이전 및 경기통합국제공항 추진 시민협의회 워크숍’ 현장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시·도의원, 시민협의회 위원 등 약 200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군공항 이전 추진 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활동 방향과 전략을 논의하며 장시간 자리를 지켰다. 단순한 내부 행사라기보다, 장기간 정체돼 있던 군공항 이전 논의를 다시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민사회의 ‘재출발 선언’에 가까웠다.
시민협의회는 현재 24개 분과위원회, 73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9월 임시총회를 통해 조철상 회장이 선출되며 제5기 체제가 공식 출범했다. 이날 워크숍은 제5기의 사실상 첫 대규모 공식 행사였다.
수원 군공항 이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음 피해, 고도 제한, 도시 확장 제약 등 군공항이 도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수십 년간 누적돼 왔다. 그러나 이전 논의는 늘 ‘필요성 공감’과 ‘현실적 난제’ 사이에서 제자리를 맴돌았다.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다시 달라지고 있다. 군공항 이전을 단순한 시설 이전이 아니라, 경기 남부·서부권의 미래 성장 전략과 연계해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통합국제공항’ 구상은 군공항 이전 논의에 새로운 프레임을 제공한다. 군·민 복합 공항, 광역 교통망과 연계된 항공 물류 거점,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한 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워크숍에서도 이러한 문제의식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단순히 ‘피해 시설을 옮기자’는 접근을 넘어, 이전 이후의 공간 활용과 국가적 효과까지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 강연자로 나선 이종필 교수는 ‘수원 군공항 이전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군공항 이전이 단순한 지역 민원 해결 차원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군공항 이전은 국방, 항공, 도시계획, 산업 정책이 동시에 얽힌 복합 과제”라며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범정부적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전 후보지 논의가 반복적으로 지역 갈등으로 번지는 현실을 언급하며, 국가 주도의 조정과 명확한 로드맵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통합국제공항의 실현 가능성, 재원 조달 방식, 이전 지역과 수원시 간 상생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막연한 기대보다 구체적 설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시민협의회는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군공항 이전 공감대 확산에 나서 왔다. 10만 명 서명 캠페인을 통해 시민 여론을 가시화했고,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촉구하며 제10전투비행장과 국방부 앞 집회도 진행했다. 수원·대구·광주 등 군공항을 보유한 3개 도시가 함께 참여한 공동 결의대회는 ‘지역별 고립된 요구’를 넘어선 연대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이날 워크숍에서도 이러한 활동 성과가 보고됐고, 2026년을 향한 사업계획도 공유됐다. 시민협의회는 향후 분과별 토론을 강화하고, 국회·정부와의 정책 소통 창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수원 군공항 이전 결의 퍼포먼스’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참석자들은 “군공항 이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메시지를 함께 외치며, 장기 과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조철상 시민협의회 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군공항 이전의 본질을 ‘지역의 미래 문제’로 규정했다. “군공항 이전 추진은 소음 문제 해결을 넘어 도시 경쟁력과 직결된 과제”라며 “시민의 공감과 요구가 모여 국가적 결단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 주도의 군공항 이전이 실질적으로 진전될 수 있도록 시민협의회가 가교 역할을 하겠다”며, 제5기 활동에 대한 각오도 밝혔다. 단기간 성과보다는 지속적인 여론 형성과 정책 설득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군공항 이전 논의가 다시 힘을 얻고 있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이전 후보지 선정, 재원 마련, 국방부와의 협의, 이전 지역 주민과의 상생 방안 등 어느 하나 쉬운 문제가 없다. 특히 통합국제공항 구상은 기존 공항 정책과의 정합성, 수요 예측, 경제성 검증이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변화는 있다. 과거 ‘민원’으로 취급되던 군공항 이전 문제가 이제는 국가 전략 과제로 재정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사회가 이를 지속적으로 공론화하고, 정치권과 정부를 움직이려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제5기 시민협의회의 출범은 하나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군공항 이전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결론에 이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이날 수원에서 확인된 것은 하나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다시 한 번 분명한 목소리로 표출됐다는 사실이다.
세계로컬타임즈 / 김병민 기자 pin82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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