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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초미세먼지 농도 '나쁨' 수준을 보이며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3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미세먼지의 공포가 수도권을 덮친 13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만난 최씨는 짧은 대화에도 불편한 듯 얼굴을 찌푸리며 손으로 목을 감쌌다.
최씨는 "오늘이 올 겨울 들어 최악의 미세먼지라던데 앞으로도 이럴까봐 걱정된다"며 "앞으로 추운 날씨에 미세먼지까지 견디며 살아가야 하나 싶다"고 한탄했다. 이어 "어제도 심한 미세먼지로 목이 건조해 카페에서 세 시간 동안 물과 커피를 다섯 잔이나 마셨다"고 말했다.
영등포에서 만난 임모(24)씨는 "원래도 기관지가 예민한 편"이라며 "오늘 미세먼지 때문에 코가 아프고 눈이 건조해서 뻑뻑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올해 들어 처음이다. 휴일에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것도 2017년 12월 30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비상저감조치 발령 12시간 째인 오후 6시,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초미세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세먼지의 여파로 중구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운영을 중단했다.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온 임모(50)씨 부자는 "아들이 (스케이팅) 강습을 받아서 가끔 시청 아이스링크장을 찾는다"며 "(운영을 하지 않으니) 이제 어디로 갈 지 생각을 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내일(14일)도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5시 30분께 긴급재난문자를 보내 "서울 노후경유차 진입제한 등의 조치를 시행한다"며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난 시민들은 긴급재난문자를 받고 급히 편의점으로 들어가 마스크를 사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은 미세먼지를 피해 실내로 향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친구 세 명과 함께 강남역에 놀러 온 이승현(19)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건 알았지만 친구들이랑 약속을 했기 때문에 놀러 나온 것"이라며 "눈이 뻑뻑하고 따갑긴 한데 주로 실내에서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실내로 들어오자마자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 내리며 '이제 살겠다'는 듯 깊은 숨을 들이쉬는 사람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주말을 맞아 아이와 별마당 도서관을 찾은 스즈키 치히로(37)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밖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이가 네 살이라 한창 놀러다닐 때인데,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하늘을 파란색이 아니라 '흰색' '회색’이라고 표현한다"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심하지 않았는데 하늘색 하늘 좀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영등포구 타임스퀘어로 나온 김경성(29)씨 커플도 회전문을 통과하자마자 마스크를 벗었다. 김씨는 "원래 마스크를 잘 안 하고 다니는데 오늘은 너무 심한 것 같아 오는 길에 샀다"며 "요즘은 실내에서 데이트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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