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해 예산안도 결국 ‘돈 풀기’로 짜여졌다. 정부는 2022년 예산을 올해보다 8.3% 늘어난 604조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코로나19 대책과 신(新)양극화, 탄소중립 등 변화하는 사회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운용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해도 이례적으로 가파른 증가세다. 총지출은 총수입으로 잡은 548조8000억 원보다 훨씬 많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계속 나라살림 적자다. 현 정부의 예산편성 첫해인 2018년 본예산 증가율 7.1%에서, 2019년(9.5%), 2020년(9.1%), 2021년(8.9%) 계속 급증했다. 2018년 428조8000억 원이던 지출예산이 내년 604조4000억 원으로 4년 만에 200조 원 가까이 늘어난다.
2022년 예산이 ‘초 슈퍼 예산’으로 짜인 ‘저의’에 의혹의 눈길이 가고 있다. 내년 20대 대선을 겨냥한 여권의 ‘선심성’ 예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가장학금 확대·자산 형성 지원 등 청년 예산에 23조원 넘게 편성됐다. 일자리 관련 예산이 1조5000억원 늘었고, 교육·복지·문화(1조2000억원)와 주거(4000억원), 자산 형성(2000억원)도 일제히 확대됐다. 야당이 “사실상 매표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진정한 확장재정이라면 선진국처럼 코로나19에 대한 손실보상이나 내수 관련된 부분 등에 대해 재정 투입을 하는 게 합리적 예산 편성인데 이를 소홀히 한 채 선거용 예산 위주로 짜였다는 비파인 것이다.
문제는 거듭된 팽창재정으로 내년 국가채무는 1068조3000억 원으로 치솟는다는 사실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50.2%로 불어나는데, 대한민국 재정운용 사상 가장 높은 위험수위다. 현 정부 출범 때만 해도 36% 수준이었다. 정부는 법인세와 소득세 등의 초과 세수가 많아 걱정할 게 없다고 한다. 하지만 경기회복의 결과가 아니라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과열로 인한 세수 증대였다는 점에서 전망은 불투명하다.
임기 내내 팽창 재정으로 나랏빚만 늘린 정부는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겠다며 2021∼2025년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5.5%로 대폭 낮춰 제시했다. 이런 무책임이 따로 없다. 끝없는 퍼주기로 씀씀이만 키운 8%대 예산 증가로 나랏빚을 눈덩이처럼 불려놓고, 이제 그 부담을 차기 정부에 떠넘기겠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온전히 청년들과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나랏빚이 지금 속도로 늘어나면, 현재 생산가능 인구(15∼64세)의 1인당 부채가 2600만 원, 올해 태어난 신생아가 고교를 졸업하는 18세에 안아야 할 빚이 1억 원이 넘는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정책 실패를 계속 세금으로 땜질하고 빚만 키운 악순환을 반복해온 탓이다. 재정 부실을 다음 정부에, 또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다.
정부는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재정준칙’을 마련하길 바란다. 예컨대 국가채무를 GDP 대비 50%이하로 유지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3% 이하로 묶어 재정건전화 마지노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오늘 대한민국의 경제 토대를 다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재정담당자에게 “내가 무리하게 요구해도 절대로 국가 부채가 GDP의 40%를 못 넘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정치적 공과를 넘어 교훈 삼을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부채 비율 급등이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상상 이상의 경제적 후폭풍이 닥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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