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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이렇게 된 것은 급증하는 의료수요를 철저하게 민간자본에 맡겨버린 의료보건 정책 탓이 크다.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은 뒷전이 됐고, 의료사업가들의 수익성과 효율이란 가치가 힘을 쓴 것이다. 돈의 논리는 남은 공공병원마저 휘둘렀다. 급기야 경상남도는 운영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메르스 사태를 보자. 세계 수준의 의료 경쟁력을 자랑하던 삼성서울병원이 감염병 퇴치에 선도적 구실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메르스 확산의 온상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일부 병동을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알고 보니 그곳에는 감염병에 대비한 음압병실 하나 없었다고 한다. 감염병 환자가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까닭에 그런 시설을 둘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터다. 이들 대형병원의 기술과 시설이 결국 소수를 위한 의료서비스 수준을 높였을지 모르겠으나 국민 다수의 건강을 지키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음이 드러난 셈이다.
반면 얼마 되지 않는 공공의료 시설들이 메르스 진료 거점병원의 주축 노릇을 했다. 각 지역의 국립, 시립, 도립 의료원들이 민영병원에서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차분하게 진료했다. 중앙정부가 위기대응에 총체적 난맥상을 보인 가운데 그나마 공공병원이 버팀목 구실을 해낸 것이다.
일부 대형 민영병원 중심으로 의료 기술과 시설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 하나 국민 건강 차원에서는 사상누각과 같음이 드러났다. 수익성과 효율 위주가 아니라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 중심으로 의료체계 전반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공공의 비용 지출과 부담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근본적 해법은 우수 공공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전담 대학과 병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국공립공공의료전담 의과대학 학생에게는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 동안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복무를 조건으로 입학금과 수업료를 면제하고, 그 밖에 실습비와 기숙사비 등을 국고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 유행에 국가 차원의 체계적 대응이 가능할 뿐 아니라, 의료취약계층과 지역에 제공되는 공공의료서비스의 획기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고민을 집대성해 얼마 전 ‘공공의료전담 의과대학 설치법’을 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큰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립대에 의과대학을 신설하고, 이미 운영 중인 서울의료원을 부속병원화 한다면 시간과 비용 모두 절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문제는 의료계의 이해관계나 행정가들의 탁상공론이 아니라 공공의료서비스 향상으로 수혜를 받는 대다수 국민의 관점으로 추진되어야 할 과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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