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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가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실손보험 개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존 실손보험을 기본형, 기본형+특약으로 개편했다. 즉 도수치료, 비급여주사제, 비급여MRI와 같이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시켜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금융위는 新실손보험을 ‘보험료 35%가 저렴한 착한 실손보험’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신실손보험은 ‘착한 보험’이 아니다. 기본형의 보험료가 약 35% 저렴하다고 착한 보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착한보험이 되기 위해서는 보장 내용이 동일한데 보험료가 낮아지거나 보험료가 동일한데 보장금액이 커져야 한다. 그러나 신실손보험은 보장이 축소되고 자기부담율이 상승돼 보험료가 싸진 것이다. 기존과 동일한 보장을 받을 경우 보험료가 16.4% 인하되는데 특약을 뺀 기본형 보험료를 기준으로 35% 인하되었다고 발표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실손보험은 갱신보험료가 매년 급격 인상돼 계속 유지가 어렵다. 연령 증가와 손해율 악화로 갱신보험료가 갈수록 인상되고 있다. 수입이 단절돼 계약 유지가 어려운 고연령일수록 실손보험 보장 혜택을 받기 어렵다. 기존 수준으로 보장받으려면 ‘기본형+특약’을 가입해야 하는데 특약 보장 사유들이 모두 손해율 상승의 주범인 담보들이므로 향후 보험료 상승은 뻔하다.
보험료 인상의 주범이 비급여 항목인데 이를 억제하는 표준화 작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고 향후 추진 계획도 불투명하다. 비급여 항목의 표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실손보험은 ‘돈 먹는 하마’이므로 보험료 안정화는 당초부터 불가능하다.
비급여 과잉진료자에 대한 페널티가 전혀 없고 ‘2년간 보험금을 수령하지 않으면 차기 1년간 보험료를 10% 이상 할인해준다’고 하는데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을 놔두고 있으니 황당하다. 보험은 보험금을 받으려고 가입하는 것인데 받지 말라고 하는 것이니 또한 황당하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 대상에서 ‘의원급’을 제외한 것도 잘못이다. 마음만 먹으면 ‘의료 쇼핑’과 ‘과잉 진료’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처럼 신실손보험은 알맹이가 빠진 일시적인 땜질 처방이다. 병의원을 방문하면 ‘어디가 아프냐?’ 보다 ‘실손보험 가입했느냐’의 질문을 먼저 받는 것이 현실이고 과잉 진료 신고가 금융소비자원에 계속 접수되고 있다. 실손보험은 비급여진료항목의 과잉진료가 핵심이다.
소비자들은 금융위 발표를 섣불리 믿을 것이 아니다. 신규 가입자는 신실손보험을 가입할 수밖에 없지만 기존 가입자는 유리·불리를 따져서 갈아탈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저 연령자나 고 연령자 중 건강해 병원 갈 일이 없으면 기본형 가입도 괜찮다. 그러나 병·의원에 자주 가는 소비자 특히 도수치료, 비급여주사제, 비급여MRI검사가 필요한 가입자라면 기존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 특히 2009년 10월부터 실손보험 보장비율이 90%로 통일되었고 그 이전 실손보험은 보장비율이 100%이므로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부작용도 예상된다. 기본형만 가입한 경우 특약의 담보는 보장받을 수 없으므로 해당 진료비는 가입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또 진료 현장에서 특약으로만 보장받는 항목을 기본형인 것처럼 임의 조작해서 청구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 기본형 가입자의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져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금융위는 진짜 ‘착한 보험’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핵심 문제인 비급여항목 표준화를 보건복지부와 싸워서라도 조속 추진해야 하고 보건복지부도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 과잉진료, 허위진료 병·의원들에 대한 조사 및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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