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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 성균관대 유학대학 겸임교수 |
농촌에서나 도시에서나 해질 무렵은 아름답다.
하늘 한 가운데의 태양은 무색인데 서쪽으로 사라지는 태양은 붉어서 인상적이다. 동그란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지는 해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하루 종일 할 일 다하고 수고한 해가 가는구나.’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도 그와 비슷할 거라고 느꼈다. 낙조를 볼 때마다 노년을 떠올리곤 했다.
들과 숲에서 익혀주어야 할 과실들이 기다리고 있어서일까? 세상에도 태양처럼 자신의 빛과 열로 많은 일을 하고 간 사람들이 있다.
신화시대에 그들은 영웅이라 불리웠다. 동양에서는 영웅호걸이란 단어를 좋아한다. 같은 종, 같은 동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인물들이다.
중국 전국시대에 상앙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 또한 자신의 빛과 열로 진(秦)나라를 바꿨다.
왕의 심중을 간파해 강국의 정책을 썼고 망설이는 왕을 부추겨 개혁의 속도를 냈다.
동시에 그가 지닌 간교와 비정함도 빼놓지 않았다.
진나라의 기강을 세우고 폐단을 쓸어낸 인물이었지만 그 과정에는 가혹함이 따랐다. 이웃나라와의 전쟁에서는 비열한 속임수도 마다하지 않았다.
상앙의 시대는 빛났지만 낙조는 아름답지 못했다. 그는 자기가 만든 법망에 걸려서 목숨을 보존하기 힘들었고 자신이 속였던 이웃나라(사실은 모국이다)인 위나라 사람들의 내쳐짐으로 사지로 몰렸다.
그는 단숨에 진나라 왕의 마음을 얻었고 자신의 개혁정책을 소신 있게 펼쳤다. 확실한 결단과 추진력이 그의 장점이었다.
그는 가구를 묶어 연대책임을 지워 백성들이 서로 범법행위를 밀고하도록 했다.
자식이 둘 이상이면 분가해 생산력을 올리도록 했는데 어길 경우 무거운 세금을 부과했다.
강국을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그는 태자였던 혜왕(惠王)이 왕위를 잇는 그 시점에 내쳐진다.
사마천은 그의 이야기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타고난 성품이 잔인하고 덕이 없는 사람” 이었다고.
동물학자 프란스 드 발(Frans de Wall)은 침팬지 무리의 알파 수컷을 관찰한 결과, 우리가 상상하는 무자비한 폭군이 아닌 치유자의 모습에 주목했다.
알파는 최종의 중재자로 무리의 조화를 꾀하며 고통 받는 개체를 가장 따뜻하게 위로하는 존재다.
온 몸의 털을 곤두세워 무리를 제압하는 알파를 떠올리는 우리에게 다소 의외의 모습이다.
여러번 복귀를 시도했지만 가혹한 지배의 댓가인 양 그 알파는 결코 무리 속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마침내는 조직적인 공격을 받아 살해됐는데 무리들은 시체를 계속 학대하기까지 했다.
알파 수컷의 처참한 살해의 이유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개혁과 합리의 이름으로 부덕(不德)을 가릴 수 있는가?
가을의 청량한 낙조를 바라보며 한 때 빛났던 인물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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