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8일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이 예상했던 대로 일반 서민경제로부터 고통의 목소리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농축산·어업계통에 종사하는 서민과 음식점·요식업, 그리고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는 생필품을 취급하는 업종에서 타격을 받고 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안자의 이름을 따서 편하게 부르는 말이다.
이 법은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하도 심하니까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제안된 법인데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우리사회가 부정부패의 고리로 돌아간 측면이 많았음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는 부정부패일지라도 사회가 그러한 악순환을 통해서 돌아갔던 것인데 이 법의 발효로 인해 사회자체가 일시적인 마비상태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마비가 일시적일지, 아니면 장기불황으로 지속될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국민경제의 순환에 타격을 주고 있는 셈이다.
크게 보면 우리사회가 그동안 부정부패라는 악순환으로 돌아갔던 것에 대한 반대급부의 감수해야할 고통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는 국민 모두가 참아야 하고, 그렇게 견디다 보면 우리사회가 부정부패라는 오명으로부터 벗어나서 다시 순순환의 사회로 돌아가서 밝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을 기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항상 사회에 문제가 생기면 서민과 약자가 고통을 먼저 받고,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우리사회인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가 없다. 김영란법도 예외가 아니다.
부정부패를 하는 사람들은 김영란법을 벗어나서 얼마든지 음지에서 거래를 할 것이고, 더 큰 부정부패는 은밀하게 진행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국민들은 이번에 대승적 차원에서 사회정의의 확립과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각자의 손해와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우리후손들에게 보다 밝고 살기 좋은 미래를 물려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어떤 거래와 접대와 선물의 액수를 정하고 그것에 따라 정의와 부정의를 나눈다는 것이 현명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식사를 같이하고 선물을 주고받고, 경조사를 하는 것은 일종의 미풍약속이고 생활의례에 속하는, 즉 예(禮)의 성격의 것인데 이것을 법(法)으로 처리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실정이 너무 삭막하다 못해 일말의 절망감을 안겨준다. 역설적으로 우리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에 다다랐는가, 반문하게 된다. 그렇지만 약간의 부작용과 마찰이 있다고 해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 원 이상일 경우 부정청탁으로 간주된다고 한다. 그래서 식당·백화점 등지 에선 편법으로 3만원 미만의 메뉴, 5만원 미만 선물세트 등의 상품이 나오기도 하지만, 국민 모두가 이 법에 안 걸렸다고 해서 사회정의를 위해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거나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자위하는 일은 얄팍한 심리하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법의 취지는 이번을 계기로 검소하게 소박하게 사는 습관을 국민 모두에게 몸에 배게 하고, 국민운동으로 승화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우리사회도 순순환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사회의 부정부패의 대부분이 관행이고 관례라고 변명되는 것을 우리는 볼 수 있었다. 이 말은 부정부패를 하는 당사자는 스스로 그것을 부정이나 부패라고 생각하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비치는 것이다. 검찰에 의해 구속되는 고위 공직자들이 반성의 낯빛은 없이 혹은 아무런 죄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들고 개선장군과 같은 태도로 언론의 인터뷰에 응하는 것을 보는 것은 다반사였다.
권익위가 제시한 김영란법 적용대상기관은 모두 4만919개에 달한다고 한다. 세부현황을 보면 행정부, 사법부 등 중앙행정기관 57개, 지방자치단체 260개, 각급학교 2만1201개, 언론사 1만7210개 등으로 나타나 학교와 언론사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력기관으로서 청탁 등 부정부패의 소지가 가장 많은 국회가 여기가 빠졌다는 것은 김영란법의 자기모순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여기서 대한민국 국민의 수준과 국회의 위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에게 정의로운 사회를 요구하려면 국회의원이 솔선수범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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