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협정에 따라 개인 손배 문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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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의 강제징용에 따른 피해자들이 낸 1심 손배소송에서 사실상 원고 패소했다.(사진=뉴시스) |
[세계로컬타임즈 박병오 기자] 일제에 의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우리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각하’되면서 사실상 패소했다. 이는 지난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법원 간 해석 차이가 낳은 결과로 풀이된다.
오랜 기간 승소 판결을 기대해온 피해자들의 허탈감은 물론, 이에 따른 사회적 파장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지난 7일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이 구비되지 않았을 경우 내려진다.
재판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 또는 포기됐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소송으로 이를 행사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모두 부담하라”고 밝혔다.
한일청구권협정 중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라는 문구를 근거로, 피해자 청구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제한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제조약에 구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에 반하게 되면 국제사회 압박을 뿌리치기 힘들게 될 수 있다”면서 “우리 국민이 일본에 대한 개인 청구권을 소송으로 행사하는 건 제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1심 결과는 3년 전인 2018년 대법원 판결과는 정반대 해석이다.
당시 대법원은 한일협정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불법적 식민 지배에 따른 정신적 위자료’의 경우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부는 한일협정으로 개인의 손배 청구권이 해결된 것으로 보고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번 판결 뒤 피해자 및 유족 측 실망감은 고스란히 드러난 상황. 특히 3년 전 일본 기업에 손배 청구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터라 승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1심 법원에서 예상과 달리 ‘각하’ 판결이 나오면서 파장이 커졌다. 게다가 당초 10일로 예정된 선고 기일을 돌연 사흘 앞당긴 이유를 ‘법정의 평온과 안정’ 때문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피해자 측에서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 일부에선 선고 날짜를 당긴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주장도 새어나온다.
지난 13년 간 무려 5차례에 걸친 재판을 토대로 확정된 대법원 판결이 약 3년 만에 다시 뒤집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피해자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소송은 강제징용 관련 재판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소송들의 향방도 오리무중에 빠졌다. 3년 전 대법원 판결 이후 추가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소송은 확인된 것만 2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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