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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종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의 제2 금융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단기적 처방으로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을, 장기적 처방으로 한국의 실질적 외환보유고 증액을 각각 제시했다.(사진=세종대 제공) |
[세계로컬타임즈 김영식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제2 외환위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체결된 600만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에 이어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도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코로나19로 IMF 사태 재현 우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미 통화스와프만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외환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한‧일 통화스와프도 체결해야 한다”고 23일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외국인 증권투자액은 2월 기준 시가총액의 34%인 540조 원으로,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외국인이 한국에서 주식을 매도한 금액은 12조 원에 달한다. 외국인의 주식매도가 지속될 경우 환율은 재차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김 교수는 “미국 주가하락으로 인한 외국인의 한국주식 매도, 높은 단기외채비율 34%, 세계최고 수준의 무역의존도 75%, 저유가로 미국 석유기업 파산, 신흥국 국가부도 등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2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일본과 하는 통화스와프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외환시장 안전판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은행 간 협력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수년 전부터 자신의 논문을 통해 한국의 제2 외환위기 가능성을 수차례 경고해 왔다.
지난 2015년 미국 학술지 ‘비즈니스 앤 이코노믹스’ 4월호에 게재된 ‘신흥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적절한 외환 보유고’ 논문에 이어 2019년 8월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외환보유고가 주가에 미치는 상관관계 연구’ 등을 통해 ‘외환보유고 두 배 확대 및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주장했다.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GDP 대비 25%에 그친다. 세계 5위의 제조업 강국인 경제규모에 비해 비축액이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스위스‧홍콩‧대만보다 외환보유고가 적은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한국 외환보유고는 IMF와 BIS가 권고하는 수준보다 두 배나 부족한 것으로, 이번 위기 극복 후 경상수지 흑자로 1조 달러까지 비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60%까지 하락했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일 기준 30% 폭락했다. 추가 하락 가능성도 큰 상태다. 이는 미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함에 따라 현지 항공‧여행 등 전 산업이 완전히 멈춘 데 따른 것이다.
게다가 앞선 OPEC와 러시아의 석유감산 합의 실패와 코로나19로 인한 석유수요 감소로 유가까지 20일 기준 20달러까지 추락했다. 미국의 셰일가스 손익분기점은 40달러 수준으로 평가된다. 유가하락이 지속될 경우 미국 석유기업 파산과 달러 수요 급증으로 이어진다.
결국 미국 주가가 하락하고 실업률이 증가하면 미국 펀드환매로 외국인들은 계속 한국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교수에 따르면 BIS는 외국인 주식투자액의 30% 유출(178조 원)을 가정하고 있다. BIS가 제안한 한국 외환보유고는 8,300억 달러다.
우리나라 외환보유고 가운데 271억 달러(6.6%)만 당장 인출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유가증권(91%) 등으로 인출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 교수는 “올해 외국인의 한국 주식 2.2% 매도에도 환율이 큰 폭으로 올랐다”면서 “미국 주가하락→미국 펀드 환매→외국인 주식매도→환율상승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2008년에도 환율은 한‧미 통화스와프를 맺었음에도 계속 상승해 한 달 뒤에는 1,534원까지 올랐다”며 “코로나19는 사람의 이동을 금지하면서 수요와 공급 측면을 모두 정지시켜 실물경제와 금융 위기가 동시에 왔기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 외환보유액 증가 시간 걸려…한·일 통화스와프 시급
이런 가운데 3월 기준 한국의 단기외채비율은 34%로, 2015년 이후 최고치로 집계됐다.
유동외채는 단기외채와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 채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 단기외채는 약 1,500억 달러다.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 채권을 파악하기 어려워 단기외채의 200%를 유동외채라고 하며, 3,000억 달러(360조 원)쯤 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단기외채 비율이 상승한 가운데, 일본계 자금 유출이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이후 도미노처럼 외국인들이 일시에 자금을 회수하면서 IMF 위기가 발생했다. 이런 이유로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며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일 관계를 개선해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일 통화스와프는 청와대와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다”면서 “국가경제와 국민을 위해 한‧일 통화스와프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700억 달러 규모의 한‧일 통화스와프는 지난 2012년 10월 종료됐다. 2016년 정부는 미국 금리인상과 브렉시트 등으로 일본에 재연장을 요청했지만, 일본은 한국의 과거사 문제 제기로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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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종 교수. |
일본은 기축통화국이며, 달러 보유액은 1조3,000억 달러로 세계 2위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보유고 비중을 보면 달러 62%, 유로화 20%, 엔화 5.3%, 파운드화 4.5%, 위안화 2%다. 일본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김 교수는 “지난 IMF 위기는 한국에 유사 이래로 가장 큰 고통을 안겼다”며 “국제금융시장은 냉정하다. IMF 위기 당시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그 누구도 한국을 돕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국방과 마찬가지로 우리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비축해야 하며 지금처럼 외국의 통화스와프에만 의존해서는 절대 안 된다”면서 “이는 국방을 타국에 의존하는 것과 같다”고 경계했다.
다만, 김 교수는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며 “따라서 정부와 청와대가 일본과 관계 개선에 나서고 한일 통화스와프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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