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포함되면서 발행 열기
서울·부산·제주 등 암호화폐 형식 도입 시도
활성화 위해 홍보·가맹점 확대·인센티브 필요
▲ 전남 순천시가 운영 중인 '순천사랑상품권'. |
[세계로컬신문 김수진 기자] 전남 순천시에 거주하는 A씨(51세)는 얼마 전 딸 생일상을 차리기 위해 마트를 찾았다.
나물과 각종 과일 등을 산 A씨는 '순천사랑상품권'으로 결제했다. A씨는 "순천사랑상품권을 받는 가게들이 늘어나 이렇게 간혹 상품권으로 물건을 산다"며 "등록된 가맹점에서도 거부감 없이 받아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목상권’ 활성화를 부르짖으며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지역화폐’ 발행에 나서고 있다. 지역화폐는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발행한다. 대부분 지자체에서 재정자립도를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제시되는 방안 중 하나다.
지역화폐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자지단체가 발행하는 상품권이다. 1999년 국내 첫 지역화폐가 도입된 후 현재 전국 기초자치단체 60여곳에서 지역 상품권을 운영 중이다.
최근의 지역화폐 열기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에 지역화폐 활성화 방안을 포함시키면서부터 이슈화됐다. 현재 행정안전부가 지역화폐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다.
지역화폐가 가장 활성화된 지역으로 경기도 성남시가 손꼽힌다. 지난 2006년 '성남사랑상품권'을 발행한 성남시는 지난해 279억원의 판매실적과 7769개소 가맹계약을 이뤄내며 지역화폐 모범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물론 초기에 가맹점 확보와 상품권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2016년 청년배당제도를 도입, 성남사랑상품권을 지급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전 성남시장인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10월 안양에서 열린 한 강연회를 통해 “청년들에게 배당할 때 지역화폐를 줌으로써 성남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불평등 심화에 따른 사회적 격차 심화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기본 소득을 지역화폐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원도도 ‘강원상품권 발행 및 운용 조례’를 제정해 공공기관 포상금 혹은 공사 대금 중 일정 비율을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올해 830억원까지 발행액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남도 지역 상품권 발행 및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남도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후보시절 공약으로 제시한 '고향사랑 전남 페이(J-pay)'와 '전남 새천년 상품권' 발행에 대해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남 새천년 상품권을 연간 2500억원어치 발행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또 이용섭 광주광역시장도 11일 간부회의를 통해 "지역화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해 도입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영남권에서도 지역화폐 관심은 뜨겁다. 이선호 울주군수는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발행 등을 후보시절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밖에도 대구 등에서 기존 지역 상품권을 확대하거나 새롭게 출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아예 지역화폐를 암호화폐 형식으로 발행하려는 시도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암호화폐 'S코인'을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거돈 부산시장도 가칭 'B코인'을,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코인'을 도입한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는 블록체인 '노원(NOWON)'을 개발해 자원봉사 시간을 지역화폐로 제공하고 있다.
한편 지역화폐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지역주민과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민들이 지역화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경우 이용가치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3일 인천 강화군은 지역화폐인 '강화사랑 상품권'을 판매 중지하면서 사실상 운영을 폐지했다.
이를 위해 공무원 및 주민,가맹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무원은 82%가, 주민 및 가맹점은 55%가 폐지를 찬성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폐단도 나타났다. 강화군에 따르면 일부 가맹점은 은행이자보다 높은 상품권 할인율을 이용해 구매 후 환전했으며 소속 공무원 급여 일부를 상품권으로 구매하도록 했다.
또 지역화폐 정책 확대가 충분한 지역사회와의 논의 없이 지자체에서 일방적으로 섣부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가 아동수당 1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하자 거센 반발에 부딪혀 오히려 지역화폐에 대한 반감을 사기도 했다.
시민들은 지역화폐 이용 범위가 좁고 실제 활용 가능한 상점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특히 프랜차이즈가 활성화돼 있는 우리나라 여건상 대기업과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B씨는 “전국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나 카드보다 이용 편의가 떨어지고 사용처도 매번 확인해야 해서 선호하지 않는다”며 “지자체들이 별다른 고민없이 ‘보여주기 식’으로 했다가 오히려 예산만 낭비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화폐 성공을 위해 홍보와 주민 및 관계자 교육, 또한 현실적인 가맹점 확대가 필수”라며 “여기에 더해 소비자가 지역화폐 구입 시 추가적인 혜택을 주는 등 인센티브가 이뤄져야 지속적인 운용에 도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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